베니스국제영화제 그랑프리의 주인공 김기덕(51·사진)감독은‘피에타’를 소리없이 응원해준 관객들에게 먼저 감사 인사를 건넸다.
11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기념 기자회견에서 김 감독은 “황금사자상 트로피를 손에 든 순간 청계천에서 무거운 구리 박스를 나르던 열 다섯 자신의 모습이 생각났다”며 감격스러웠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그는 “베니스 영화제 수상을 계기로‘피에타’가 한국에서도 좋은 반응이 있었으면 한다”며 “지금‘피에타’를 상영하는 극장이 많지 않다고 들었다.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 폐해를 늘 주장해 왔던 김기덕이 본인의 영화는 두 관씩 차지하도록 하는 건 원치 않는다. 단 한 관이라도 퐁당퐁당(교차상영)만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표했다.
그러면서“회견에 오기 전 살펴봤는데‘피에타’ 좌석점유율이 45% 정도는 되더라. 영화‘도둑들’등 다른 영화들의 좌석점유율은 15% 정도밖에 안 되는데도 천만 기록을 내기 위해 영화가 안 내려가고 극장에 걸려있다. 그게 바로‘도둑들’아닌가”며 쓴소리를 건넸다. 김 감독은 “이렇게 말하는 게 편하지는 않다. 무수한 편법과 독점, 마케팅이 앞서는 불리한 게임에서는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도 화가 나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이번 수상기념 기자회견을 끝으로 사전에 약속한‘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제외한 언론 접촉은 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피에타’를 맛있게 먹고 잘 소화했고 그리고 똥이 되어 밖으로 나왔다. 이것이 좋은 거름이 됐으면 한다. 관객들이 극장을 더 열어달라고 요구해 극장이 열릴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그것이‘피에타’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며 “0에서 다시 시작한다. 다음 영화를 하게 해 달라”고 부탁의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