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황이 이어지면서 타인의 재산을 가로채는 사기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3년간의 사기 피해규모만도 무려 43조원에 이른다.
9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4년간 사기의 유형이 전화금융 사기(보이스피싱)나 보험사기는 물론 취업 사기, 다단계 사기, 인터넷 물품 사기 등으로 다양해지고 수법도 교묘해지면서 피해 규모가 연간 10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고용절벽으로 취업통로가 막히면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여의치 않자 이를 노린 사기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경찰청은 지난해 사기범죄가 23만8,409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한 재산피해 규모도 13조1,512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특히 11조원가량의 피해가 발생한 2012년 이후 지난해까지 3년간 사기로 인한 재산피해 규모는 무려 43조6,100억원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심리·정서적 피해 등 무형적 가치까지 따지면 피해규모는 더욱 커지게 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돈을 벌 수 있는 별다른 방법이 없게 되면 범죄를 생각하게 된다"면서 "평범한 사람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범죄 중 하나가 사기"라고 말했다. 피해자 역시 비슷한 심리상태에서 사기를 당한다는 분석이다. 누군가가 돈을 벌 수 있게 해준다면 이에 쉽게 현혹된다는 것이다. 실망실업자들이 최근 대포통장 사기 등에 연루되는 것도 마찬가지 경우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실업률이 증가하는 등 막막한 경제 상황이 사기범죄가 기승을 부리게 하는 토양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경제불황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어 이 같은 사기 범죄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 산하 치안정책연구소는 청년실업의 증가, 소득 불균형의 심화로 사기 등 경제범죄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며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여기에 정치권 등 상류층에서 연이어 터지는 부정부패 스캔들도 잠재적 사기범들을 자극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 교수는 "사기는 전형적인 화이트칼라 범죄인데 이는 최상류층을 모방하는 심리가 크게 작용한다"면서 "부정에 연루된 고위급이 제대로 처벌되지 않은 경우가 늘수록 사기범죄도 끊이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