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李箱)의 소설 `날개`를 옮긴 연극 `이상(李箱)의 날개`가 연출가 채윤일에 의해 무대에 오르고 있다. 3월 2일까지 혜화동 대학로극장.
극작가 정하연이 각색으로 동참, 지난 77~78년에 이어 두 번째로 공연되는 `이상의 날개`는 연출가 채윤일(56)이 `연출입문 30년`을 정리하며 선보인 첫번째 작품이라 더욱 눈길을 모은다. 올해로 연출가 데뷔 30년을 맞는 채씨는 한해 동안 신작 3편과 대표작 5편 등 무려 8편을 연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고, `이상의 날개`가 이 대장정의 시작인 것.
극은 주인공 `나`의 고백 형식을 띈 원작과는 달리 주변 인물들의 진술을 통해 `나`를 설명해 가는 형태로 진행된다. 백주 대낮에 백화점 옥상에서 한 사내가 떨어져 사망한 뒤 그 사인을 밝혀나가는 `법정극`이다. 주인공 `김해경`(이상의 본명)역으로는 이찬영, 임진순이 함께 캐스팅됐고 지우영 박세진 최광희 김동수 정재진 장경섭 장우진 하성민 등이 출연한다.
채씨는 “이번 작업의 의의는 난해한 모더니스트였던 이상의 관념 세계를 구체적인 무대 언어로 재생시키는데 있다”고 설명했다.
채씨는 이후로도 그리스 비극 `엘렉트라`(3월 5일~4월5일), 김승옥 원작의 `무진기행`(4월 8일~6월 8일), 창작극 `진땀흘리기`(4월 25일~5월 1일), 제의극 `산씻김`(6월 11일-7월 11일), 알베르 카뮈 원작의 `깔리귈라`(7월 16일~8월 31일), 창작극 `영월행 일기`(9월2~30일), 조세희 원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11월 중순) 등 총 8편을 쉼 없이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이중 `엘렉트라` `무진기행` `깔리귈라`는 신작이며 `진땀흘리기`(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 `난장이가…`(연강홀)를 제외한 모든 작품이 대학로극장에서 공연된다.
한 연출가가 한 해 동안 여덟 편의 작품을 소화한다는 계획은 다소 무모해 보이기까지 하는 보기 드문 경우. 연출자는 `지금 못하면 영영 못할 것 같아서`라며 대장정의 이유를 대신하고 있다. 채씨는 이를 위해 9월까지 대학로극장을 장기대관하고 단원을 새로 뽑았으며 살고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공연 자금도 대출 받았다.
72년 극단 산울림 연출부에서 연극을 시작한 채씨는 번역극이 범람하던 76년 `우리의 이야기를 우리의 목소리로`라는 슬로건으로 내걸고 극단 쎄실을 창단, 창작극에 전념해왔다. 2만원. (02)764-6052.
<김희원기자 heew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