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화려하진 않지만 부족함 없는 영건"

축구에서 골프로 전향…꾸준하고 차분한 플레이 강점 <br>마스터스서 우즈와 ‘신구 1인자 격돌’ 기대

미국 골프전문지 골프다이제스트는 최근 20대 강자들의 취약점을 분석한 기사를 실었다. 그들이 천재성을 공통적으로 가졌다고 봤을 때 최고의 위치에 오를 가능성을 평가하려면 장점보다는 부족함이 더 결정적이라는 취지에서다. 이 기사에서 “부족한 점이 별로 없는 선수”로 평가된 마르틴 카이머(26ㆍ독일)는 1일(한국시간) 발표되는 남자골프 세계랭킹에서 마침내 1위에 올랐다. 카이머는 1984년 12월28일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태어났다. 축구와 테니스의 나라 출신답게 축구 DNA를 물려받았다. 아버지는 독일 분데스리가 선수 출신이었고 카이머도 15세 때까지 클럽 유소년 팀에서 공을 찼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타이거 우즈(1975년 12월30일생)와 생일이 비슷한 그는 골프로 전향했다. 사실 축구를 그만둔 이유는 “축구를 하려면 10명의 동료가 있어야 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적잖은 운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2005년 프로로 데뷔하자마자 승승장구했다. 늘씬한 체격(184cmㆍ74kg)과 운동신경은 든든한 재산이 됐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경기를 즐겨보는 국내 팬들에게는 ‘낯선 1인자’지만 유럽프로골프투어에서는 일취월장하는 기량으로 정상까지 솟구친 실력파다. 프로 데뷔 이듬해인 2006년 유럽 2부 투어에서 8개 대회만 뛰고도 상금랭킹 4위에 올라 2007년 정규 투어에 진출했고 그 해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2008년 아부다비챔피언십에서 첫 승을 올리더니 2010년말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까지 유럽투어 통산 7승을 휩쓸면서 유럽투어 상금왕에 올라 세계랭킹 3위로 마쳤다. 카이머의 골프는 화려하진 않지만 위기에 강하다. 2010시즌 유럽투어 통계를 봐도 드라이버 샷 거리 29위(294.2야드), 페어웨이 안착률 35위(66%), 그린 적중률 37위(70.03%), 라운드당 퍼팅 수 28위(29.1개) 등이다. 그러나 그린을 놓친 경우 파 세이브를 해내는 스크램블(63.5%ㆍ4위) 능력과 실수 없는 플레이로 평균타수 1위(70.04타)를 차지했다. 골프다이제스트는 ‘침착함과 매니지먼트, 긴장된 상황에서 보여주는 강인함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골프장을 벗어나면 의외로 대담한 면모를 보인다. 2009년 카트 레이스 사고로 발가락 3개가 부러져 2개월간 쉬었고 지난해 말에는 유럽여자투어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하는 여자친구 앨리슨 미첼레티(미국)의 캐디를 맡기 위해 우즈 주최의 셰브런 월드챌린지 출전을 포기하기도 했다. 새로운 넘버원 카이머는 두 가지 목표를 밝혔다. 골프의 인기가 높지 않은 독일에서 테니스의 보리스 베커 같은 국민 스포츠 영웅이 되는 것. 2008년부터 3년간 출전해 내리 컷오프의 쓴맛을 봤던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는 것. 4월 우즈와의 신ㆍ구 황제 대결이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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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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