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무역적자액 7월보다 7%나 줄어9.11 테러 참사 이전부터 급감한 미국의 수입이 테러와 보복 공격으로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테러 사건 이후 미국 경제가 빠른 속도로 위축되면서 해외 수입 수요가 급감하고, 국경과 항만ㆍ공항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 수입 통관이 지연되고 있는데다 정가와 기업에서 '바이 아메리카' 운동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의 수출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무역통계에 따르면 테러 참사가 일어나기 전인 지난 8월에 미국의 수입은 1,116억 달러로 전월대비 1.1% 줄고, 수출은 845억 달러로 1% 늘었다.
이에 따라 8월중 무역 적자액은 271억 달러로 전월대비 7%나 줄었으며, 2년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또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미국의 무역적자는 연간 비율로 환산할 때 360억 달러로 이는 지난 95년 이래 최저치다.
무역 적자 대국인 미국의 적자 감소는 수출 감소폭보다 빠른 속도로 수입이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8월중 유럽과의 무역적자폭은 지난 7월대비 30%, 일본과는 9.8% 각각 축소됐다. 이는 미국의 경기 악화가 유럽과 일본등 선진국의 수출에 큰 타격을 주고, 세계 전체 교역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테러 이후 미국의 무역이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컬럼비아대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는 "세계화에 대한 논의에도 불구, 미국은 국경을 강화하고 있다"며 국경 검문 강화로 무역이 둔화되고, 코스트가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9.11 테러 이후 공항이 3일동안 폐쇄되고, 국경과 항만에 대한 검문검색이 강화되는 바람에 자동차 메이커를 비롯, 일부 기업들은 부품 조달이 어려워 일부 공장을 며칠 중단했다.
미국 제조업 연맹은 세관과 국경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평소에도 교역액의 5~13%에 이르렀는데, 참사 이후 이 비율이 3% 포인트 올랐고, 캐나다와 멕시코 국경에서만 통관지연에 따른 비용이 170억 달러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또 최근 정치인과 기업들이 미국인들의 고양된 애국심을 활용, 국산품 애용(Buy America) 운동을 벌이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뉴욕 경제를 살리기 위해 "뉴욕에서 만든 옷을 입자"고 제안했다. 자동차메이커인 제너럴 모터스(GM)은 "미국이 굴러가게 하자", 포드는 "미국을 운전하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외국산에 밀리고 있는 미국산 자동차 판매를 애국심에 호소하고 있다.
미국이 지난 95년 한미 자동차 회담과 80년대말 미일 자동차회담에서 국산품 애용운동과 소비절약운동을 불공정거래 행위로 비난했던 사실을 되돌아볼 때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렇지만 미국은 테러 참사 이후에 전세계 교역 부진이 세계 경제는 물론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 자유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비상상황에도 불구, 북경에서 열린 아ㆍ태 경제협력기구(APEC) 회의에 참석, 국제적인 반테러 연합 구축과 함께 무역자유화를 주장했다.
아울러 부시 행정부는 대통령의 통상 대권을 인정하는 무역촉진법(TPA)을 추진, 하원 예결위를 통과시켜놓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또 오는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릴 예정인 뉴라운드 협상을 강력하게 밀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