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대한민국 R&D 패러독스에 빠져 있다

우리 중소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과감하게 도전하기보다는 안정적인 국내 시장에 안주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결과적으로는 세계 시장에선 고립되는 ‘갈라파고스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견해가 나왔다. 특히 연구개발(R&D) 투입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로는 세계 1위지만 실제 사업화율은 하위권에 머물면서 R&D 투자에 대한 보다 효율적인 운영과 철저한 사후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지적됐다.

아시아중소기업협의회(ACSB: Asia Council for Small Business) 회장을 맡고 있는 김기찬 카톨릭대 경영대 교수는 “지난해 우리나라 정부, 기업, 대학의 R&D 비용의 총액은 61조 7,447억원으로 총액 규모로는 세계 5위,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로는 세계 1위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하지만 지난해 연구개발성과를 따져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사업화율이 29위로 하위권에 머무르는 ‘R&D 패러독스’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29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아시아 중소기업의 글로벌화: 방향과 방법’을 주제로 열리는 아시아중소기업대회 정책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R&D 패러독스’ 문제는 매년 누적되는 기술무역 적자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2012년 우리나라는 57억 4,000만달러의 기술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기술무역 적자액은 OECD 32개 회원국 가운데 최대 규모다. 김 교수는 “정부와 민간에서 60조원이 넘는 막대한 R&D 비용을 투입하고는 있지만, 실제 활용도 혹은 연구개발 성과 자체가 낮아 또 그만큼의 비용을 들여 해외 기술을 수입하고 있는, 매우 모순적인 상황이 야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결과적으로 세계 1등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질적 인프라는 매우 허약한 수준이다. 세계 7위의 수출 규모라는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세계 1등 제품을 만들어내는 질적인 성장은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총 수출액은 5,596억 달러로 세계에서 7번째로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지만, 원화 강세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약화와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 향상 등 해외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수출 저변은 점차 취약해지고 있다. 국제무역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세계시장 점유율 1위 품목 수가 64개로 수년째 하향·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그나마도 2등과의 격차가 크지 않아 신흥강국의 위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 증가세도 심각할 정도로 둔화되고 있다. 2012년에서 올 상반기까지 3년간 우리기업의 연평균 수출증가율은 0.8%에 그쳤는데,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총 수출액 대비 중소기업 수출 비중은 2005년 32.4%에서 지난해 17.2%로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는데, 이는 수출 시장 및 수출 제품을 다변화하려는 중소기업의 노력 부족과도 깊은 상관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신동화 IBK경제연구소 부연구소장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단일 국가에 수출하는 중소기업의 71.4%는 수출 규모가 10만 달러 이하이며, 전체 수출 중소기업의 39.3%가 하나의 국가에 10만 달러 이하만 수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퇴보는 기업가정신의 부족과 긴밀한 관련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지난해 국제기업가정신연구기관(Global Entrepreneurship Research Association)이 발표하는 ‘글로벌 기업가정신 지수(GEDI)’에서 우리나라 기업가정신 순위는 33위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그룹에 속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실시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CEO 자신이 생각하는 기업가정신은 100점 만점에 69.8점으로, D학점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중소기업들이 각종 정부 정책 및 지원 혜택에 안주하면서 스스로 전문화되고, 글로벌화하려는 기업가정신이 매우 부족해지고 있다”며 “중소기업이야말로 한국 경제의 근간인 만큼, 요즘과 같은 경기 침체기일수록 제품이 범용화되지 않도록 끊임 없는 자기 혁신을 통해 신제품을 개발하는 ‘투철한 기업가 정신’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표> 국가별 기업 건강성지표 순위

국가명 순위 건강성지표

독일 1 98.88

미국 2 98.39

노르웨이 3 96.56

스웨덴 4 95.45

네덜란드 5 94.54

싱가포르 6 92.17

캐나다 7 91.84

호주 8 90.35

일본 9 89.68

벨기에 10 88.21

아일랜드 11 88.16


스위스 12 86.08

관련기사



덴마크 13 85.06

이스라엘 14 84.89

핀란드 15 84.85

대한민국 16 84.85

자료: ACSB

<표> 우리나라 R&D 투입비용 총액 추이(단위 억원)

2010년 44조 9,403

2011년 48조 6,460

2012년 54조 9,692

2013년 61조 7,447

자료: ACSB

<표> 총 수출액 중 중소기업 수출 비중(단위 %)

2005년 32.4

2006년 31.9

2006년 30.6

2008년 30.9

2009년 21.2

2010년 21.2

2011년 18.3

2012년 18.8

2013년 17.2

자료: IBK경제연구소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