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경영비전 2004] 은행가는 지금 `인사청탁과의 전쟁`

`나는 네가 지난 인사철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요즘에는 많이 나아졌지만 매년 인사철만 되면 각종 청탁과 투서가 난무했던 시절이 있었다. 일례로 한 시중은행의 경우 불과 2년 전 임원인사를 앞두고 임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외부에 인사청탁을 하지 않기로 은행장에게 `서약`을 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은행장들이 신입행원을 새로 뽑거나 직원 정기인사 등을 앞두고 있으면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인사청탁을 거절하느라 진땀을 흘리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러자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얼마 전 아예 `인사청탁과의 전쟁`을 공개적으로 선포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인사청탁을 하지 말라고 그토록 경고했는데도 최근 임원이나 팀장급 인사에서 청탁을 한 사람이 7~8명에 이른다”며 “앞으로는 어느 자리로 가든지 반드시 청탁의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최근 인사에서 한 직원을 뉴욕지점장으로 발령을 내 달라는 청탁을 받았다가 거절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 앞으로는 그 직원이 뉴욕지점장 후보로 올라오면 그 자리에서 지워 버리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가 조직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실력이 아닌 `배경`에 기대 `무임승차`를 할 경우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물을 흐려 놓는`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알고 사전에 이를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다른 시중은행장도 “과거부터 인사청탁을 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으나 인사철만 되면 어김 없이 정ㆍ관계 등 곳곳에서 청탁은 물론 사실상의 `압력`까지 들어오곤 한다”며 “과거와는 달리 모든 일이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은행장이라도 어쩔 수 없다며 간곡히 거절하고 있지만 뒷맛이 씁쓸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올해부터 임원들이 평소에 우수한 인재를 발굴해 인재풀을 만든 후 필요한 인력을 뽑아 쓰는 `탑 탤런트 매니지먼트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또 수출입은행은 아예 외부 전문컨설팅 기관에 부서장들에게 대한 다면평가를 맡겨 이를 승진 인사에 반영하는 제도를 시행하기도 했다. <한기석기자 hank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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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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