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쓰이고 있는 종이어음 대신 인터넷상에서 발급ㆍ유통되는 전자어음제도가 이르면 오는 5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1월 초 전자어음법이 시행됨에 따라 지난달 31일 시연회에 이어 5월부터 세계 최초로 전자어음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만6세 이상의 전국민 가운데 70.2%가 인터넷을 사용해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의 인터넷 인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가 전자어음의 도입에서도 앞서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특히 지난해 금융결제원이 적발한 위조어음만도 4,000장에 이르고 액면가 기준으로는 수천억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할 때 전자어음의 도입은 어음의 신뢰성과 투명성 제고 등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전자어음은 20회까지 배서를 할 수 있어 어음 발행비용 및 유통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 전자어음제도가 시중은행 중심의 시스템이므로 상호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을 이용해 어음할인으로 급전을 빌려 쓰는 소기업을 위해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금융결제원이 이미 온라인 어음할인 중개시장을 개설할 계획이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하지만 해킹에 대한 우려는 단순한 기우로 넘겨버릴 일이 아니다.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었지만 개인정보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인적사항 등 단순한 개인정보는 물론 작은 용량의 스파이웨어만 심어놓으면 사용자의 ID와 비밀번호까지 낱낱이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국가기관들이 한꺼번에 해킹을 당해 시스템이 마비되는 사태가 적지 않으므로 아무리 정보보안을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고 하겠다.
따라서 정부는 시대 흐름에 맞춰 전자어음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충분한 준비를 통해 한치의 오류도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오프라인과는 달리 한번 사고가 터지면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것이 인터넷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민들에게 전자어음시대에 걸 맞는 보안의식을 함양시키는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