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행복이 눈앞에 있다면, 그리고 큰 노력없이 찾을 수 있다면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등한시되는 일이 도대체 어떻게 있을 수 있을까. 그러나 모든 고귀한 것은 힘들 뿐 아니라 드물다.”(스피노자) 철학의 역사는 질문의 역사였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수많은 문제들에 대해 좀더 나은 답을 찾고자 노력하고, 새 문제들을 제기해 온 과정이 곧 철학사이며 철학의 존재 의미라는게 저자의 설명이다. 이 책은 세계 역사 속에서 인류의 사상을 이끌어 온 질문들, 우리 삶에 스며있는 질문들을 추려내 정리했다. 서양편 28장, 동양편 28장 등 전체 56장으로 구성됐다. 국가·역사·자유·종교 같은 거대 담론에서부터 미(美)·소통·욕망·사랑 등 일상적 개념에 이르기까지 폭 넓게 다뤘다. 사물의 본질이나 한국에서 철학은 가능한가와 같은 테마도 얘기했다. 특히 각 장은 해당 질문이 등장하게 된 역사적 맥락과 의의를 밝히고, 그 질문을 두고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두 철학자의 사유를 대비시키는 형태로 전개한 점이 특징이다. 플라톤, 공자, 칸트, 니체, 들뢰즈, 주희 등 100여 명의 철학자들이 등장한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에피쿠로스 학파와 스토아학파, 원효와 의상, 이황과 이이 등을 묶기도 했다. 예컨대 ‘아름다움은 어떻게 느껴지는가’라는 질문에 옛 철학자 칸트와 현대철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를 맞세웠고, ‘인간은 언어를 벗어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비트겐슈타인의 청년기와 장년기를 대비시켜 탐사하기도 했다. 인간사의 중요한 문제들은 시공을 가리지 않고, 동서양 철학은 그 구체적인 용어나 논리 전개 방식에 차이가 있더라도 공명하는 부분도 있다는게 저자의 시각이다. “자공이 물었다. 평생에 지침이 될 만한 한 말씀이 있겠습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서(恕)일 것이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도 행하지 말라”(논어) 세계를 거대한 나무의 이미지로 구축해 낸 왕충의 본말(本末) 형이상학은 들뢰즈와 대립각을 세우며, 똑같은‘범신론’이지만 인도철학의 ‘범아일여’(梵我一如)는 허무주의로 귀결돼 보수적으로 악용됐던 반면 스피노자의 범신론은 유일신 체제에 균열을 내는 혁명성을 발휘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동서양 철학의 장단점과 공통지점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이 책의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행복한 삶’을 이루기 위해 정원을 개방하고 평등한 철학 공동체를 만들었던 에피쿠로스의 실천, 도(道)란 절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장자, 자유로운 종교 공동체를 일구려 했던 백장 선사 등의 질문들도 담았다. 저자는 철학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로 하여금 독창적인 안목을 제시한 철학자들의 사유세계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역할에 충실하도록 집필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중요한 것은 철학적 정보가 아니라 철학적 사유라고 강조하고 있다. 3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