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코리아오픈 여자 오픈전 석진영 우승ㆍ올 시즌 MVP…250여명 몰려 성황
| 이상수(왼쪽)와 장동민 선수가 27일 서울 반포동 서초 YMCA 코트에서 열린 제7회 서울경제배 코리아오픈 라켓볼 챔피언십 남자 오픈 부문 결승전 도중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이호재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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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를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으로 이끈 거스 히딩크(65) 감독. 라켓볼광으로 알려진 그는 폴란드와의 본선 첫 경기 완승 직후 라켓볼 칠 생각부터 먼저 했다고 한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주섬주섬 장비를 챙기려는 히딩크 감독을 말리느라 대표팀 관계자들이 애를 먹었다고. 그때 시간이 새벽 2시께였다.
히딩크 못지않은 라켓볼광들이 다 모였다. 무대는 26ㆍ27일 서울 반포동 서초YMCA 코트에서 벌어진 제7회 서울경제배 코리아오픈 라켓볼챔피언십(서울경제신문ㆍ국민생활체육 전국라켓볼연합회ㆍ대한라켓볼협회 공동 주최, 롯데백화점ㆍEKTELON 후원). 특히 이번 대회는 올 시즌을 마감하는 최종 이벤트로 펼쳐진 터라 이틀 동안 25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수준별로 A~C클래스로 나눈 남녀 일반부 6개 부문은 물론 국가대표들이 총출동해 최강자를 가리는 선수권전인 남녀 오픈전이 벌어져 일찍 찾아온 겨울을 뜨겁게 녹였다.
26일 예선을 거쳐 각 부문 3ㆍ4위전과 결승전이 펼쳐진 27일. 휴일을 맞아 삼삼오오 모인 가족 단위 응원단의 환호 소리가 고막을 찢는 타구음과 섞여 대회장을 쩌렁쩌렁 뒤흔들었다. 경기에서는 몸을 아끼지 않는 다이빙 리턴이 속출할 만큼 혈투가 이어진 끝에 강태곤ㆍ조병미씨가 각각 남녀부 A클래스 정상에 올라 일반인 최고수임을 인증 받았다. 이어 열린 이번 대회 하이라이트 오픈 결승전에서는 여자부 석진영(31ㆍ이포스서울)이 안미옥(37ㆍ일산연합회)을 2대0으로 누르고 우승했다. 석진영은 특히 이번 대회를 포함해 단식만 세 차례(3월 전국등급별대회, 10월 전국생활체육대축전) 우승하며 올 시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수상 뒤 석진영은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단체전 동메달에 그쳐 아쉬웠는데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해 기쁘다”면서 “한국의 라켓볼 수준은 세계에서 중ㆍ상 정도다. 하지만 조금만 더 두드리면 세계 정상들도 꺾을 수 있다. 훗날 라켓볼이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스쿼시와 ‘자매 종목’인 라켓볼은 제한된 공간에서 벽 등에 공을 튀겨 승부를 겨루는 라켓 종목으로 공이 바닥에 두 번 튀기기 전에 받아 쳐야 한다. 스쿼시보다 사용구의 탄성이 좋고 천장까지 6면을 모두 써도 돼 운동량이 더 많다. 1시간 운동이면 성인 여성의 한끼와 맞먹는 650~750㎉를 소모할 수 있고 고도의 순간 판단력을 요구해 전투기 조종사들이 훈련의 일환으로 즐겨 하는 운동이다. 장비도 비교적 저렴해 초보자의 경우 20만원이면 라켓과 전용 신발, 고글, 장갑 등을 모두 준비할 수 있다. 정구 실업팀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 2001년 라켓볼에 입문했다는 석진영은 “스피드와 파워가 워낙 빠르고 강하다. 공 튀는 소리가 심장을 두드리는 소리처럼 짜릿한 쾌감을 준다. 스쿼시가 고속도로 주행이라면 라켓볼은 산악을 질주하는 스릴을 선사한다”면서 “한 게임을 뛰고 나면 0.5㎏은 쉽게 빠진다. 다이어트에도 그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