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청 주변이나 광화문 광장, 도심 주요 도로를 걷다 보면 대형화분이나 가로변에 심어져 팬지나 비올라, 데이지, 야생화 등 형형색색의 봄꽃들을 감상할 수 있다. 서울 전체로 치면 축구장 3개(2만4,000㎡다)를 합친 넓이가 계절에 맞게 제철 꽃들로 단장되는데, 화분(포트)으로 치면 연간 131만본에 달한다. 계절마다 서울의 '옷'을 갈아입히는 수많은 꽃들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답은 고양시 덕양구에 있는 서울동부녹지공원사업소 산하 덕은 양묘장이다.
덕은 양묘장은 서울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해 있는데, 서울을 단장하는 꽃들의 '친정'이나 다름없다. 덕은 양묘장은 축구장 여섯 개를 합쳐놓은 규모(4만7,625㎡)에 83개의 비닐하우스가 빽빽이 늘어서 있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알리섬, 팬지, 데이지 등 다양한 색의 봄꽃 43종이 자라고 있다. 양묘장은 10월에 봄꽃을 모종해 봄꽃은 반년, 여름꽃은 3~4개월에 걸쳐 키운다. 이렇게 키워진 꽃들은 상암동 하늘공원 등 각종 공원 2,700여곳, 서울숲, 서울광장, 광화문 광장 등 녹지공간 그리고 25개 자치구에 필요한 곳에 심어진다. 총 면적을 따지면 2만4,000㎡나 된다. 축구장 3개를 합친 넓이다.
기자가 찾은 21일에도 서울광장, 북서울꿈의숲, 서대문구청 등서 6,000본의 꽃을 배달해 달라는 요청이 쉴새없이 들어왔다. 동부녹지공원사업소 직원들은 이날 오전 7시부터 꽃을 포장해 트럭 세 대에 나눠 실었다. 무사히 꽃을 보내고 다시 흙관리를 하고, 20만 본이 넘는 꽃에 물을 다 주고 나면 어느덧 점심시간이다. 한해 양묘장에서 재배하는 꽃은 131만 본. 이중 30%가 넘는 43만 본이 모두 3~4월에 출하된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도 숨돌릴 틈없이 분주한 모습이다. 꽃이 완전히 피지 않은 지금이 출하 적기인데, 잠시라도 출하타이밍을 놓치면 6개월 이상을 키운 꽃들을 내다 버려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이곳에서 2년째 꽃 재배는 물론 출하, 배송 등 전과정을 관리하고 있는 엄정화 주임은 "반년 넘게 정성껏 가꾼 꽃들이 때를 놓쳐 출하가 안 돼 시들어갈 때가 제일 마음 아프다"고 했다. 양묘장으로 들어가는 진입로는 서울시내 곳곳으로 꽃을 실어나르는 트럭들로 분주하다. 이날도 진입로를 지나치다 2,000본(포트)의 노란 팬지를 싣고 가는 트럭과 마주쳤다.
이곳에서 자라는 꽃들은 대부분 온도에 민감한 가온초라서 꽃을 심을 때부터 출하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전체 품종 64종 중 43종이 봄꽃인 만큼 봄꽃이 명관이지만, 이곳의 또 다른 자랑은 가을국화다. 분재로 연간 200본 정도를 키워내는데 품질이 좋아 매년 청와대에도 보낼 정도로 명물로 통한다. 덕은 양묘장에서 키운 '다륜대작', 한반도를 본딴 분재 국화 등은 매년 청와대 뜰을 장식한다.
서울시에서 키우다가 진 국화를 양묘장으로 보내면 겨우내 뿌리목을 살려 다음 가을까지 샛노랗게 소생시키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곽민준 시 공원녹지과장은 26년 동안 서울의 꽃과 숲을 가꿔 온 베테랑이다. 그 겨우내내 정성껏 키운 꽃들을 떠나보내며 "새로 심어진 꽃들이 파이거나 밟히지 않고 무럭무럭 잘 자라줬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말했다.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 그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