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문재인 복지공약에 믿음이 가지 않는 이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31일 복지공약을 종합적으로 발표했다. 기초노령연금을 전체 노인에게 확대해 기초연금으로 전환하고 금액도 현재 월 9만원에서 오는 2017년까지 18만원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청년들에게는 월 30만원의 취업준비금을 주고 고용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실직자들에게는 월 50만원을 지급한다. 아울러 12세 미만 아동에 대한 월 10만원의 아동수당 지급, 장애인 연금 기초급여 2배 인상, 비급여 항목 없는 건강보험 전면확대, 본인부담 의료비 연간 100만원 상한제 실시 등이 공약에 담겨 있다.


현재 한국의 경제 수준에서 복지를 확충해야 한다는 명분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재원조달 방안이다. 그러나 문 후보나 민주당이나 이에 대해서는 여전히 구체적인 청사진을 유보했다. 대강의 기본원칙을 밝힌 정도다. 부자감세 철회, 재벌ㆍ대기업에 대한 조세감면 폐지, 낭비적 재정지출 구조 개혁이 큰 방향이다. 중소기업과 서민에게는 부담이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한다. 문 후보와 민주당은 지금의 조세부담률(19.2%)을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 수준(21.6%)으로 회복시킴으로써 복지공약 실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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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부자감세 철회나 대기업 조세감면 폐지 등 구체적인 내용을 따지기에 앞서 복지정책에서 선후의 큰 순서가 전도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민주당은 11월에 세부적인 재원마련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사상 유례 없는 광범위한 복지확대 정책은 이런 식으로 접근할 것이 결코 아니다. 당연히 누울 자리 보고 다리를 뻗어야 한다.

만약 한국경제가 앞으로도 과거와 같은 고성장 시대를 구가할 것이라면 어느 정도의 주먹구구식 복지계획이 용납될 수도 있다. 국가재정 수입이 고속 팽창하는 상황에서는 큰 무리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사정이 달라진다. 저성장ㆍ저출산ㆍ고령화로 재정수요는 커지고 세입증가 속도는 크게 둔화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이런 마당에 천문학적인 복지목표를 먼저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 재원을 징발하는 것은 난센스다. 결국은 비현실적인 숫자놀음이 될 공산이 크다.

이날 복지공약 발표에는 재원대책과 집권기간 거시경제 목표에 대한 청사진이 동시에 제시됐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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