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5일 "내년에 60세 정년이 시행되지만 올해 임금체계를 다 바꾸기 힘들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처리해야 할 부분은 임금피크제"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인근 식당에서 오찬간담회를 열고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안 도입과 관련, "우선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이후 2~3년간 임금체계를 연구해 우리나라에 맞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특히 "임금체계 개편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 완화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임금체계 개편안이 직무별로 정해지면 자연스레 기간제나 파견을 사용할 요인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이 장관은 우리 사회가 연대하고 사회 전체의 공통된 책임의식을 갖고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점을 거듭 밝혔다. 그는 정부가 추진하는 기간제·파견(계약직) 근로자의 사용기간 연장방안에 대해 "노동계는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사유를 제한해야 하고 사용기간 단축만이 근로자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덮고 이 문제를 봐야 답이 나온다고 본다"고 역설했다.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을 노사정위원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하기에 앞서 노동계나 경영계를 향해 '진영 논리'에만 매몰되지 말고 한발 물러서 함께 책임의식을 갖고 대화와 양보를 모색하자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사유를 제한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이 장관은 "사유 제한을 도입하게 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과 도급 또는 용역으로 갈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데 현재는 도급 등으로 갈 수 있는 풍선 효과가 더 크다고 보는 게 많은 학자의 시각"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어 그는 "경영계가 사용기간 연장을 요구해온 적이 없으며 그냥 현행대로 가는 것을 오히려 희망한다"며 "기업이 고용의 유연성과 비용절감을 이유로 더는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양산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 뉴욕시 치안판사를 지내고 뉴욕 시장을 세 번이나 연임한 피오렐로 라가디아의 판결을 비유로 들었다. 라가디아 판사는 빵을 훔친 한 노파 사건에 대한 판결을 하면서 자기 자신에게 벌금을 내린 뒤 "이 노파가 굶게 된 것은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며 방청객들에게도 각 50센트의 벌금을 물린 일화로 유명하다. 그는 "라가디아 판사가 했던 것처럼 우리 사회 모두가 50센트의 양보를 하면서 가는 게 옳지 않겠느냐"며 "나의 주장이 모두 옳다고 생각하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