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미국에서 취업하려다 실패한 경험을 담담히 소개해 취업전선에서 고전하는 젊은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정 사장은 지난 14일 채용에 관한 기사를 읽다가 미국에서 자신의 취업 도전기가 생각났다며 모바일을 통해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남겼다.
1983년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정 사장은 미국으로 건너가 1987년 메사추세츠공대(MIT)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에서 취업을 시도했다.
그는 "유학 직후에 영어도 서툴고 1980년대 한국시장은 매력이 덜 하던 때"라며 "(미국 취업 도전기는) 아픈 경험이 넘친다"고 운을 뗐다.
정 사장이 미국에서 취업을 시도한 회사는 다국적 기업, 제조업체, 컨설팅 회사, 은행 등 다양했다.
그가 가장 먼저 언급한 회사는 제너럴일렉트릭(GE)이다.
2003년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이 된 그는 2004년에는 현대캐피탈, 2005년에는 현대카드와 GE와의 전략적 제휴를 성사시킨 바 있다. 지난해 8월에는 현대캐피탈이 GE캐피탈코리아를 인수하기도 했다.
정 사장은 "GE는 서류심사에서 떨어져 면접도 못했다"며 "훗날 GE와 합작회사를 만들고서 GE 회장님한테 채용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강력하게' (실은 눈치 보며) 항의를 하니 서러움이 가셨다"고 써 웃음을 자아냈다.
정 사장은 페북에 GE를 13년째 이끄는 제프리 이멀트 회장과 찍은 사진과 그의 인상 깊은 발언, GE의 조직문화가 신뢰할 수 있고 열렸다고 소개하는 등 GE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보였다.
굴욕적인 실패담도 열거했다.
그는 어느 컨설팅 회사와 점심을 겸한 면접 중에 면접관이 먼저 일어나며 '계산은 해놓았으니 혼자 식사 끝마치고 가라'고 말했던 경험담도 가감 없이 소개했다. 그는 "혼자서 먹은 가장 쓰디쓴 점심"이라고 밝혔다.
자신과 여섯 번의 인터뷰를 진행한 어느 컨설팅 회사에 대해서는 "나중에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떠들었더니 오히려 호감을 표했다"고 했다.
뉴욕에 있는 미국은행에는 '다행히' 서류에서 통과했으나 하루 전에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면접에 못 나갔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지금 생각하면 한참 철없는 행동"이었다고 술회했다.
어느 제조업체가 면접에서 그에게 한자를 읽을 줄 아느냐고 물었던 일화도 소개했다.
당시 정 사장은 "미국 사람들이 한자를 뭘 알겠나 싶어서 '아주 잘 안다'고 했더니 중국 신문을 가져다 주면서 제목을 해석해보라고 했다"고 전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면접관은 미국인이었지만 중국어 박사였던 것.
현대카드에 입사원서를 넣은 한 취업준비생은 "현대카드도 정중한 거절로 서류 탈락을 알렸다"는 답글을 남겨 이목을 끌었다. 누리꾼들은 정 사장의 경험담에 대해 취업 실패는 과거나 현재나 똑같다며 공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