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실책 줄이는게 성공의 지름길

제록스·리바이스등 선두상실 기업 실패원인 분석■ 빅 브랜드, 성공의 조건 잭 트라우트 지음/안진환 옮김 최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KT(구 한국통신) 인수 경쟁에 뛰어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자금 여력이 없다는 이유다. 세계 으뜸의 삼성전자를 소유한 국내 최대 기업집단 삼성이 '자금 부족'이라니 의외다. 물론 더 지켜 볼 일이지만, 삼성전자의 '빅 브랜드'를 지키고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현명한 판단으로 받아들여진다. 잭 트라우트의 책 '빅 브랜드, 성공의 조건'의 관점에서 봐도, 삼성의 이번 결정은 백 번 옳다. 마케팅 업계의 세계적 권위자로 꼽히는 저자는 한국판 출간에 붙여 "한국의 기업들은 보다 전문화되고 보다 세분화된 브랜드에 초점을 맞춰 경쟁에 임해야 승산이 있다"고 당부한다. 우리는 이를 망각한 대가를 치른 국내 대기업들을 무수히 봐왔다. 저자는 세계 최고의 브랜드를 수 십 년간 지켜 온 기업들도 단 한 가지 실수로 순식간에 몰락의 길에 들어설 수 있음을 경고한다. 더욱이 과거 경쟁이 느슨한 시절과는 달리, 요즘은 일단 한 번 실패로 주저앉고 나면 다시는 재기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초강력 브랜드를 키우는 방법론을 제시한 기존의 경영 전략서들과는 궤를 달리 한다. 그 동안 수많은 마케팅 전문가들은 브랜드 육성의 지름길로 '역할 모델'을 찾는 것을 꼽았다. 이미 성공한 초일류 기업들의 브랜드 전략의 핵심을 간추려 '초우량 기업의 조건'을 제시하는 방법론이다. 이러한 전략서들은 실제 사례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생생하고 강한 설득력을 지닌다. 따라서 초일류기업들의 전략을 답습하는 경영인들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답습의 결과가 반드시 좋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잭 트라우트는 "이 시대에 '역할 모델'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역할모델로 제시되는 수많은 초일류 기업들은 밤하늘의 별들이 명멸하듯이 덧없이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역할모델이 빛을 잃는 이유는 '실책'. 따라서 "빅 브랜드를 지키고 키우는 길을 실책을 줄이는 것"이다. 이 책의 원제 '빅 브랜드, 빅 트러블'이 주제의식을 분명히 전달해 준다. 책은 모두 세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첫째는 '밀려난 빅브랜드들'. 제록스, 리바이스, 크레스트 치약, A&T, GM, IBM 등 한 물 간 초일류 기업들을 통해 가장 흔한 실책을 간추려 보여준다. 크레스트 치약의 경우를 보자. 한 때 충치예방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던 소비자들이 단순히 충치예방보다는 '상쾌한 입냄새'나 '하얀 이'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면서 크레스트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는 치약을 내놓은 콜게이트에게 차츰 선두자리를 빼앗긴다. 저자는 여기서 ▦선두기업도 자신의 포지션을 발전시켜야 한다 ▦기업의 과거를 잊어선 안된다 ▦위협적인 경쟁사에게 우위를 내주어선 안된다 등 세 가지 교훈을 제시한다. 둘째는 '방심할 수 없는 기업'. 켈로그, 볼보, 코닥, 시어스 등 아직 '빅 트러블'에 빠져 있지는 않지만 위기의 가장자리에 서 있는 기업들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자사의 이름과 로고에 지나친 환상과 자만을 갖고 있다는 것. "우리는 단지 신제품에 우리회사의 유명한 브랜드만 붙이기만 하면 세계가 제품을 살 것이다"라는 식이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 시어스 역시 안이한 전략을 고수하다가 그만 선두자리를 월마트에게 내주고 제2, 제3의 기업의 도전에 포위고 말았다. 결론적으로 어떻게 빅 브랜드를 지키고 키울 것인가? "솔직하지 못한 컨설턴트, 실력 없는 이사회, 수치에만 집착하는 월스트리트의 분석가들, 다른 산업에 종사하는 대기업의 합병 등은 빅 트러블에 빠지는 지름길"이라는 저자의 지적에서 역으로 그 해답을 추출할 수 있다. 훌륭한 컨설턴트, 전문가로 이루어진 이사회 등이 초우량기업의 핵심 요건이다. 가족과 친지, 친구 등 인의 장막에 둘러쳐진 이사회, 각종 이익에 눈이 멀어 정보를 조작하고 거짓말을 일삼는 조언자 집단이 조직을 주무르고 있다면 그 기업은 초일류기업의 꿈을 일찌감치 접어야 한다. 문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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