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한중일 바둑 영웅전] 구리의 백40이 안일했다

제9보 (136~150)<br>○구리 9단 ●이세돌 9단 <제3회 비씨카드배 결승5번기 제3국



백36부터 다시 본다. 이세돌은 좌변에서 백의 집을 최대한 부풀려주고 그 보상으로 흑37로 연결하여 두터움을 얻어냈다. 필사적으로 중원 백대마의 공격을 노린 것이었다. 그 서슬에 기가죽은 구리는 공손히 백38로 안형을 갖추었다. 이세돌은 흑39로 보강하면서 계속 백대마를 위협했다. 백대마만 안 잡히면 무난히 이긴다고 판단한 구리는 다시 공손히 백40으로 안전을 도모했는데 이게 좀 안일했다. 참고도1의 백1을 선수로 두고 백3으로 훌쩍 뛰었더라면 백의 낙승이었다. 백42 역시 완착. A에 끊을 자리였다. 그랬으면 아직도 백의 여유있는 승리였다. 구리가 흑43을 허용한 것은 흑의 연결이 불완전하므로 얼마든지 추궁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참고도2의 백1, 3을 결행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니었다. 흑은 6으로 끊고 8이하 18로 좌변을 선수로 싸바르고 나서 흑20으로 잡으러 오는 독수가 있는 것이 아닌가. 예정을 바꾸어서 구리는 실전보의 백44로 두고서 백46에 젖히는 수를 결행했다. 흑47로 끊더라도 흑은 여러 수를 들여야 상변 백을 잡아낼 수 있을 터이니 끝내기상 당연히 이렇게 두어야 마땅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산이었다. 백46은 그 자체로 3집 손해였고 여기서 바둑이 아주 미세하게 변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백46이 패착이라는 말인가?"(필자) "그렇게 단언할 수는 없어요. 여기서 3집 손해를 보긴 했지만 여전히 백이 남는 바둑이니까요."(김만수) 구리는 끝내기에 약한 사람이다. 그는 계속 끝내기에서 실수를 거듭한 끝에 극적인 반집 패배를 당하게 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