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외환은행 수장을 전격 교체한 데는 하나와 외환은행 간 본격적인 통합을 염두에 둔 용인술이라는 관측이 많다. 여기에는 두 은행 간 화학적 결합을 도와야 하는 윤용로 외환은행장의 역할론에 아쉬움이 있다는 하나금융의 판단이 깔려 있다. 그런 줄기에서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의 우산에 들어온 지난 2012년 이후 양행 간 통합작업이 어떤 경로를 밟아왔는지에 대한 관심도 새삼 일고 있다.
두 은행은 당장 업무제휴가 손쉬운 분야부터 손을 잡아왔다. 대략 봐도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공유, 고객 대상 공동 마케팅 등이 이뤄졌고 두 은행 간 해외 법인 통합 작업도 별다른 잡음 없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두 은행 간 결합의 시금석으로 여겨지는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통합 작업은 지지부진하다. 고객정보 유출이라는 돌발변수가 작용했지만 정작 큰 문제는 두 은행 간 생각의 갭이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계의 한 인사는 "오는 2016년까지 투뱅크 체제를 인정하는 뼈대 속에서 통합의 밑돌을 놓다 보니 조직 간 갈등과 잡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하루빨리 시너지를 내길 바라는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많은 것을 배려하지만 (외환은행으로부터) 얻는 것은 별로 없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무 제휴 확대하고 있지만 효과는 제각각=하나금융은 두 은행 간 정서적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애써왔다. 가령 ATM 공유를 통해 하나은행 통장을 가진 고객이 외환은행 ATM에서도 수수료 없이 일을 볼 수 있게 됐고 프라이빗뱅킹(PB) 행사는 같이 치러 비용을 줄였다. 방카슈랑스의 외환은행 판매, 카드 교차 판매, 외화조달창구의 외환은행 일원화 등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차려진 밥상은 화려해 보여도 시너지는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나생명 보험 상품은 외환은행 창구에서 방카슈랑스 최대 판매 허용치인 전체의 25%(2013년 기준)를 채울 정도로 효과를 보는 반면 하나SK카드의 체크카드는 외환은행 창구에서 지난 10개월간 1,400좌 발급에 머물렀다.
리테일이 강한 하나은행과 기업금융이 강세인 외환은행의 결합은 해외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인도네시아에는 총 39개 점포(하나 35개, 외환 4개)가 있는데 통합법인 출범을 코앞에 두고 있고 중국(하나 19개, 외환 9개)에서도 통합 절차를 밟는 중이다.
◇카드 통합, 비용 관리 등에서 갈등 나타나=카드 통합을 바라보는 두 은행의 시각은 갈린다. 하나은행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입장이지만 외환은행 노조는 약속한 투뱅크 체제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반박한다. 카드 통합을 위해서는 전산 통합이 수반돼야 하고 이는 결국 은행 통합의 준비 단계라는 게 반대파의 견해다. 노조 반발에 정보 유출 사태로 당국의 승인 작업도 빨라야 이달 19일은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여 10월로 잡은 합병은 쉽지 않아 보인다. 김 회장이 외환은행장 교체로 변화를 꾀한 이면에는 이런 과정에서 예상돼왔던 노조의 반대 목소리를 적절히 관리하지 못한 데 대한 실망감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서도 미묘한 시각차가 감지된다.
상생 차원에서는 반길 일이지만 조직 구성이나 비용 측면에서 고려할 부분이 많다는 게 하나금융의 입장이다. 더구나 외환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이 3,657억원으로 전년 대비 40%가량 감소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을 부각시켰다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