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서울경제TV] ‘빅4’ 회계법인,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 의견거절 ‘0건’

지난해 국내 ‘빅4’ 회계법인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에 대한 감사 의견으로 ‘의견거절’이나 ‘부적정’을 제시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최근 국내 주력 산업인 조선·건설업종에서 잇따라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진 것과 맞물려 외부 감사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삼일·안진·삼정·한영 등 국내 대형 회계법인 4곳이 증권선물위원회에 제출한 2014 회계연도(2014년 4월 1일~2015년 3월 31일)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감사를 맡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27개사에 대한 감사의견 중 ‘의견거절’이나 ‘부적정’은 0건이었다. ‘한정’ 의견도 한 건에 불과했고 나머지(526건)는 모두 ‘적정’ 의견을 제시했다.

의견거절은 감사인이 감사 수행에 제약을 받아 재무제표에 대해 의견표명이 불가능하거나, 기업 존립에 의문을 제기할 만큼 객관적 사항이 불투명한 경우다. 부적정은 확보한 감사 자료를 토대로 볼 때 회계 오류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고, 한정 의견은 재무제표에 하자가 존재하지만 이를 고려하거나 수정 해석하면 적정 의견과 같은 수준이라는 뜻이다.

코스닥시장 상장사 464개사에 대해서는 의견거절이 3건이었고, 한정이나 부적정 의견은 역시 전무했다. 나머지 461건은 모두 적정 의견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상황은 2013 회계연도(2013년 4월 1일~2014년 3월 31일)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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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4 회계법인이 감사를 맡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80개사 중 적정의견이 576건이었고 한정 3건, 의견거절 1건이었다. 부적정 의견은 0건이었다. 코스닥상장사 474개사에 대해서는 적정 470건, 부적정 1건, 의견거절 3건이었고 한정의견은 없었다.

보수적인 감사 의견을 제시하면 향후 기업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신중히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최근 대형 기업들의 부실회계 의혹이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감사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진회계법인은 2010년부터 대우조선해양의 감사를 맡아 매번 적정 의견을 제시했으나,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2조원 규모의 손실 가능성이 드러나 주가가 급락했다. 2011년부터 대우건설 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 역시 매년 적정 의견을 냈지만 약 4,000억원대 회계 부실 정황이 포착돼 금융당국의 감리를 받았다. 증선위의 자문기구인 감리위원회는 현재 대우건설과 삼일회계법인에 대한 징계 수위를 고심하고 있다. 이 밖에 삼일회계법인을 포함해 한영·삼정회계법인은 동양그룹 계열사를 부실 감사한 혐의로 지난 15일 증선위로부터 중징계 조치를 받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회계 투명성 지수는 전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한 ‘2015년 국가경쟁력 평가’의 기업 회계감사 적절성 부문에서 61개국 중 60위를 차지했다.

회계업계에서는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 때문에 감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치열한 감사 수주 경쟁으로 인해 부정적 의견 제시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한 대형 회계법인의 회계사는 “처음부터 오류를 발견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안 하는 것과 샅샅이 뒤지다 발견하지 못하는 것은 차이가 큰데 요즘은 전자의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대형 회계법인을 중심으로 감사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기업들 스스로 회계 투명성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하고, 감사인 지정제 확대 등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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