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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축문화大賞] 사회공공부문 대상, 충남 서천 '봄의 마을'

주민 다시 모이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봄의 마을' 광장과 건축물 전경. 좌측의 야외 무대는 노인회관 건물의 외벽이며 광장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있도록 배치됐다.

나소열 서천군수

김재천 사장

시장(市場)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마을주민과 상인들의 드나듦이 편한 너른 곳에 5일장ㆍ7일장ㆍ9일장이 들어서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면 그 곳에 제법 규모가 큰 상설시장이 세워진다.

'봄의 마을'은 오랜 세월 서천군의 중심을 지키고 있던 시장 자리에 조성됐다. 시장을 가운데 두고 상권이 형성된 만큼 서천에서 가장 번화하고 또 땅값 역시 가장 비싼 곳에 다른 건축물도 아닌 지역 커뮤니티 공간이 들어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난 2004년 서천군은 옛시장을 다른 곳으로 이전시켰다. 도시 정비차원의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시장 이전으로 원도심의 공동화(空洞化)라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시장을 대체할 새로운 무언가가 시급한 시점에 서천군은 충분한 검토 없이 '문화ㆍ복지 콤플렉스'안을 발표한다.

상권 회복이 절실했던 구시장 주변 상인들을 중심으로 주민들은 격렬히 반대했다. "탁상행정"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즈음 서천군의 '봄의 도시'조성 계획이 2006년 1월 문화관광부의 '농어촌생활공간 문화적 개선사업'공모에 선정, 계획비를 지원 받는다. 이어 서천군은 도시재생 전문가에게 연구용역을 의뢰하는 한편 주민들과의 대화에 나섰다. 서천군청 정재영 주무관은 "주민들에게 왜 문화ㆍ복지 공간이 필요하고 그것으로 어떤 혜택을 입을 수 있는 지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데만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

수 차례에 걸친 주민대상 설문조사와 현지조사, 실무회의가 이어진 끝에 2006년 8월 추진협의회가 구성됐다.

협의회를 중심으로 개발 논의는 시작됐지만 본격적인 개발까지는 또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 했다. 구 시장 부지 일부와 개발 지역에 포함되는 인근 토지에 대한 보상 문제가 발목을 잡았던 것. 토지 보상을 둘러싼 갈등은 2009년 2월 공사가 시작된 후에도 계속됐다. 이 때문에 봄의 마을 건설 공사는 착공 후 2년 10개월이 지난 2011년 12월 비로소 끝이 났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거쳐 구 시장이 폐쇄된 후 8년 여 만에 탄생한 '봄의 마을'. 그 이름은 어떻게 또 만들어진 것일까.

군청 관계자는"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되기 전까지 4년여 동안 구 시장 부지는 버려진 땅이었고 인근 상가에도 주민들의 발길이 뜸한 공동화가 심각한 상태였다"며 "이렇게 한겨울 처럼 꽁꽁 얼어붙은 곳이지만 앞으로는 다시 사람들이 모일 것이라는 희망을 심고 싶었다"고 전했다.

텅빈 거리에서 겨우 내내 어깨를 움추렸던 이들이 따뜻함과 북적거림을 찾기 위해 오고 싶은 곳, '봄의 마을'이란 이름은 주민들과의 대화에서 자연스럽게 지어졌다.

봄의 마을은 개장한지 채 1년이 안됐지만 매일 평균 2,000여명의 주민들이 이곳을 찾아 교육을 받고, 취미 생활을 하며, 장을 본다.

'봄의 마을'이 문화와 교육은 물론 예술과 먹거리를 공유하는 서천의 새로운 '시장'으로 다시 탄생한 것이다.






서천군의 문화·교육 중심 될 것

건축주, 나소열 서천군수

"주민들과의 교감속에서 탄생한 건축물이 큰 상까지 받게 돼 영광입니다. 앞으로'봄의 마을'이라는 광장 속에 무엇을 채워 넣느냐가 서천군의 고민이고 과제입니다."


'봄의 마을'건축주인 서천군청의 나소열 군수는 인터뷰를 시작하며 수상 소감과 함께 활용도를 더욱 높이고 싶다는 의지를 전했다. 서천군 입장에서 '봄의 마을'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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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군수는 "개발 논의가 시작될 때 큰 상가건물이나 지어 분양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도 많았다"며 "하지만 주민을 위한 문화공간을 만들어 주민에게 돌려주는 게 정답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어렵게 완성됐지만 이후 운영을 시작하면서도 잡음이 적지 않았다. "그 비싼 땅을 왜 놀리냐며 중앙 광장을 주차장으로 쓰라는 얘기가 많았어요. 하지만 광장은 그 자체로 건축물 이상의 의미가 있는 곳이기에 그럴 수 없었습니다."

서천군은 문화ㆍ생태 도시를 지향한다. 도시의 발전이 반드시 산업화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봄의 마을'은 문화 분야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된다. 서천군은 군단위로는 최초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하는 '문화의 달'개최 도시로 선정됐고, 지난 3일 3,000여명이 운집한 개막식이 바로 '봄의 마을'에서 열렸다. 나 군수는 "처음부터 '봄의 마을'을 서천군의 문화ㆍ교육의 중심이 되도록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나 군수는 '봄의 마을'이 앞으로 지역 내의 모든 자원을 순환시키는 곳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서천의 문화뿐 아니라 예술과 교육 등 무형의 자원이 채워지고 비워지는, 그런 순환이 이곳에서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난관 벗고 랜드마크 이끌어 뿌듯

시공자, 김재천 SH홀딩스 사장

"'봄의 마을'은 SH홀딩스가 서천은 물론 충남의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는 사명감으로 지은 건물입니다."

'봄의 마을'시공사인 김재천 SH홀딩스 사장은 "어렵게 완공한 건축물이 이번에 한국건축문화대상까지 받게 돼 더 없이 기쁘다"며 이렇게 말했다.

1998년 아천종합건설로 출범한 SH홀딩스는 충남 호서대학교의 수익사업체다. 2002년 호서벤처캐피탈의 지주사를 겸하게 되면서 사명을 변경했다. 대학 건물을 주로 지으면서 교육시설 건축의 노하우를 쌓아 충남은 물론 서울에서도 다수의 학교 및 병원 등 공공 건축물을 시공했다.

입찰을 통해 수주한 '봄의 마을'시공은 SH홀딩스 입장에서 영광 만큼 상처도 컸다. 선급금을 받은 도급업체들이 토지 보상문제로 시공을 못하는 사이 도산해 버려 수억원의 손실을 입었기 때문. 김사장은 "SH홀딩스가 적어도 충남의 교육시설 건축에서는 최고라는 자부심이 없었다면 이 사업을 완수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완공 후에는 지역의 랜드마크를 만들어 냈다는 보람도 컸다"며 웃었다.

SH홀딩스는 시공 자체도 쉽지 않았던'봄의 마을'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학교 등 공공시설 수주 활동에 더욱 주력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서천에서 값진 경험을 했다"며 "'봄의 마을'이 앞으로 사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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