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갖고 그리스와 채권단이 마련한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 프로그램’ 합의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 지원안을 담은 이번 합의 양해각서(MOU)는 일부 유로존 국가 의회의 승인 절차를 거쳐 오는 19일 최종 체결될 예정이다.
3차 구제금융 860억 유로 가운데 첫 분할금은 260억 유로로, 이중 100억 유로는 시중은행의 자본확충을 위해 즉시 지원된다. 이에따라 지난 6월말부터 예금대량인출(뱅크런) 우려로 그리스 정부가 시행한 예금인출 제한, 국외송금 금지 등 자본 통제 조치도 단계적으로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로그룹은 또 국제 채권단에 대한 부채 상환용으로 사용될 160억 유로는 단계별로 제공키로 하고, 우선 유럽중앙은행(ECB)에 34억 유로를 갚아야 하는 오는 20일까지 130억 유로를 제공하고 나머지 30억 유로는 올 가을 중 추가로 지급할 계획이다.
유로그룹은 이번 합의에서 선순위 채권자에 대해서는 은행의 채권자가 손실을 부담하는 ‘베일-인(bail-in)’ 방식을 적용하되, 예금주가 손실을 분담하는 ‘헤어컷’은 배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유로그룹의 합의안 승인에도 불구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리스 정부부채에 대한 채무경감 필요성을 거듭 제기하며 자금지원을 유보했다. 이날 회의에 영상통화로 참여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그리스 혼자서는 부채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줄일 수 없다”며 “우리는 그리스, 유럽연합(EU) 파트너와 앞으로 수개월 동안 긴밀히 협력해 추가 추가 자금 지원을 권고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그리스 통계청은 지난 2·4분기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이 전월대비 0.8%(계절요인 조정치) 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근 2년래 최고치며, 당초 0.8% 감소로 본 로이터의 전문가 예측치를 크게 웃도는 것이라고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 등이 전했다. 니코스 마기나스 그리스 중앙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소비, 산업생산, 관광 등의 분야에서 뚜렷한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그 덕분에 2·4분기 성장이 호조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이와 캐피털마켓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인플레 등을 감안하면 이같은 통계가 그리스 경제의 실상을 호도하는 착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CNBC는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