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R&D 도시 육성 "제2의 성장"
■ 신성장국가 '2단도약' 비결을 찾는다20년간 10조원 투자 '바이오 허브' 추진'中위협' 벗어나 5~8%대 고속성장 이뤄
싱가포르=김현수 기자 h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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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장국가 '2단도약' 비결] 싱가포르
'금욕도시' 빗장푼 싱가포르
『 육상 선수들은 멀리뛰기에서 근력과 스피드를 바탕으로 멋진 '2단 도약'을 일궈낸다. 나라경제도 마찬가지다. 선진경제로 비상하기 위한 2단ㆍ3단 기어를 제때 찾아내야 힘차게 비상할 수 있다. 한때 잘 나가던 국가도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주저앉은 사례는 숱하게 많다. 10년째 1만달러의 덫에 갇혀있는 한국 경제는 올해 '도약이냐, 퇴보냐'의 시험대에 올랐다. 서울경제는 우리와 같은 고민과 환경 속에서 멋들어지게 '2단 도약'의 꿈을 성공시키고 있는 국가들을 직접 찾아, 그들의 성장비결을 시리즈로 하나씩 짚어보기로 했다.』
마치 컴퓨터작업처럼 오차 없이 돌아가는듯한 교통시스템, 깔끔하게 정돈된 가로수와 휴지하나 함부로 버려지지 않은 거리. 이곳을 걸어다니는 현지인들의 발걸음에는 경쾌한 행진곡의 음률이 흐르는 듯 했으며 그들의 표정에서는 ‘21세기형 국가의 국민’이라는 자신감이 감추려 해도 배어나오는 듯했다.
지난해 12월 초 서울경제 특별취재팀이 찾아 나선 싱가포르는 ‘세계 경제의 블랙홀’ 중국의 위세에 눌려 연 1~2%대의 낮은 경제성장률(2002년 2.2%, 2003년 1.4%)에 고민하던 2~3년 전의 음울한 분위기를 말끔히 거둬낸 모습이다.
싱가포르의 지난 2004년 경제성장률은 8.4%, 지난해 역시 5.0% 남짓 성장했다. 거짓말 같기도 한 이 성장속도는 갑자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택시로 잠깐 돌아본 시내 곳곳에는 마치 새로운 도약의 신호처럼 고층빌딩을 세우는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싱가포르가 50년짜리 국가 플랜을 위해 조성했다는 바이오 폴리스(Bio Police). 시내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부오나비스타(Buonavista) 지역의 중심부를 차지한 이곳은 5만6,000평의 대지에 초 현대식 빌딩이 우뚝 솟아있었다. 바이오 폴리스는 잘 정돈된 도로ㆍ음식점ㆍ쇼핑몰ㆍ공연장 등 없는 게 없는 말 그대로 ‘도시형 복합 과학단지’.
이라크 출신 여성 건축가가 설계한 이곳은 건물마다 크로모스, 메트릭스, 지놈 등 바이오와 인접 융합분야의 이름들이 부여돼 있다. 사전허가 없이는 사진촬영조차 못하는 보안경비체제는 바이오 폴리스의 위상과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한다. 총 3억달러를 투자해 올해 완공된 바이오 폴리스는 싱가포르 지놈연구소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노바티스, 존스홉킨스대 연구소 등 세계적인 바이오메디칼 연구개발(R&D)센터들로 클러스터를 형성한다.
KAIST 출신인 이동엽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는 “바이오 폴리스는 세계적인 석학들을 바로 만날 수 있고 공동연구도 가능한 바이오 마을”이라며 “싱가포르는 바이오 폴리스에만 머물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 2003년부터 향후 20년간 150억 싱가포르달러(10조원)를 투입, 국립대학(NUS)과 바이오 폴리스, 기업을 연계해 싱가포르 서남부를 R&D도시로 만드는 ‘원 노스(One-North)’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바이오 폴리스 등이 위치한 북위 1도에서 이름을 딴 ‘원 노스’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싱가포르는 명실공히 세계의 바이오허브로 거듭날 것이다.
싱가포르는 지난해부터 아슬아슬한 수준의 엔터테인먼트사업은 물론 절대 금기의 대상이던 카지노사업까지 과감하게 허용했다. 그동안 금욕의 나라로 알려졌던 싱가포르가 국가 부가가치 보존과 창출을 위해 적극적인 타협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물류ㆍ금융에 이어 바이오ㆍ의료ㆍ교육과 엔터테인먼트라는 차세대 성장동력을 갖춘 채 또 한번 도약하는 모습이다.
입력시간 : 2006/01/01 1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