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에게 "미국과의 양자회담 결과에 따라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에 임할 용의가 있다"고 조건부 6자회담 복귀를 시사했지만 성사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을 처음 언급하고 비핵화를 다짐한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중시하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북한은 회담의 새 틀을 짜기보다는 조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해 대미회담과 핵폐기 협상을 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다.
조건부 6자회담 복귀는'꼼수'라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6자회담의 틀 안에서 양자회담을 하려는 미국의 입장을 알면서도 조건부 복귀를 내건 데는 중국의 체면을 살려주고 중국의 도움으로 경제난과 유엔 제재를 벗어나려는 속셈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진의 파악을 위한 미국과 북한의 접촉이 이뤄지겠지만 6자회담 재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번에 많은 경제원조를 제의한 중국의 역할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은 지난 4월 6자회담 탈퇴를 선언한 후 두 차례 핵실험과 우라늄 농축에 성공했다고 발표해10년 동안 이어져온 핵협상을 원점으로 돌렸다. 협상단계마다 중유 등 많은 대가를 제공한 미국과 한국은 물론 6자회담 관계국은 허탈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조건부 6자회담 복귀를 둘러싸고 북한이 또 식량 등 원조요청 및 특유의'벼랑 끝 전술'등 농간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6자회담 관계국의 단호한 대응이 요구된다.
북한이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중시함에 따라 한국은 애매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 핵은 바로 우리 문제라며 '그랜드 빅딜'을 제의한 데는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 개선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를 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미국의 '패키지'든 그랜드 빅딜이든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통한 완전 검증이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라는 결과를 전제로 해야 한다.
단계마다 '사탕'을 제공하는 식의 회담을 위한 회담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전략의 변화가 요구된다. 북한도 조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해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6자회담의 틀 안에서 핵 문제를 풀면 경제난도 해결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