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등기이사 선임 등 계열사 이사회 구성에 있어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사회를 오너 중심으로 재구축하며 경영에 나서는 기업이 있는 가 하면 전문 경영인을 전면에 내세운 기업도 적지 않다.
27일 재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GS그룹의 지주회사인 ㈜GS는 허창수 회장과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을 등기 사내이사로 재선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3년간 GS의 사내이사로 활동하게 된다. GS관계자는 이와 관련, "큰 변화 없이 오너 중심의 책임 경영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GS칼텍스 역시 이사진 구성이 허동수 회장(이사회 의장)과 허진수 부회장(대표이사)으로 짜였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이번 주주총회에서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주요 계열사의 등기이사에 연임된다. 정 회장은 임기가 만료되는 현대모비스 이사에 재선임되며 정 부회장도 현대자동차 사내이사와 기아자동차 등기이사로 재선임된다.
동국제강도 오너 중심의 이사회 시스템을 유지한다. 오는 3월22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을 임기 2년의 사내 이사로 재선임할 계획이다. 계열사인 유니온스틸도 주주총회에서 장 회장과 장세욱 사장 등을 등기이사로 재선임한다. 대한항공도 조양호 회장을 3년 임기의 등기이사로 재선임한다.
LS그룹도 다음달 열릴 주주총회에서 구자엽 LS전선부문 회장이 ㈜LS 등기이사에 오른다. 구자홍 LS그룹 회장은 LS산전 등기 이사에 신규 선임되는 등 오너가 중심의 이사회 시스템이 유지된다.
반면 전문 경영인을 이사회 전면에 내에서는 기업도 적지 않다. 집단경영 체제로 전환한 SK가 대표적이다. 최태원 회장의 경우 SK하이닉스 등 일부 기업의 등기이사직만 맡고 그 외 계열사는 전문 경영인이 맡게 된다,
삼성전자도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오르지 않고 대신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 등 전문 경영인이 이사회를 이끌게 된다.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 역시 신세계와 이마트 등기 이사직을 내놓았다.
등기이사는 대표이사 선임, 투자, 채용 등 기업의 중요한 경영활동에 관여하는 자리로 경영상의 책임도 져야 할 때도 있다. 그만큼 책임 있는 자리로 이사 신규 선임과 재선임은 주주총회의 주요 안건이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 이사진 오너 참여도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다. 오너의 책임경영을 강조하던 과거에는 오너 일가들의 사내이사 진출이 붐을 이뤘다. 하지만 2005년 기업들의 분식회계 등이 이슈로 부상하면서 오너들의 전횡이 사회 이슈가 됐다. 당시 이 같은 사회 분위기로 오너 및 일가족들이 이사회에서 탈퇴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사회 분위기에 따라 오너들의 책임경영이 강조되면 오너들이 이사회에 대거 진출했고 반대로 오너들의 전횡이 문제가 되면 이사회에서 물러나는 게 반복돼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는 분위기에 편승에 한쪽 방향으로 쏠리기보다는 이사회를 오너 중심으로 가져가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회사로 나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사회의 권한이 강화되는 가운데 양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앞으로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이 대기업들의 이사회 구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