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여섯 달째 1%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주부들은 장을 보는 게 겁난다고 한다. 감자나 양파 몇 개를 시장바구니에 담아도 만원을 훌쩍 넘기 때문이다. 주부들은 그래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로 안정돼 있다는 통계를 보고 "도저히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현실과 따로 노는 통계라는 얘기다. 더욱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중단된 가공식품업체들의 제품 가격 인상이 재연될 조짐이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4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1.6% 상승으로 1%대에 진입한 후 6개월째 1%대로 하향 안정화되는 추세다. 전월 대비로 보면 0.1% 내렸다. 3월에 -0.2%로 감소세로 돌아선 후 2개월째 마이너스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1.4% 올랐고 3월과는 같다.
통계만 보면 확실히 물가는 안정돼 있다. 석유류 가격이 전월 대비 하락세(-1.8%)로 돌아선 것이 물가안정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동시에 지출 규모가 큰 유치원 납입금(-24.9%), 보육시설 이용료(-23.2%), 학교 급식비(-11.3%) 등이 3월보다 크게 하락하면서 전반적으로 물가상승률을 끌어내렸다.
이들을 제외할 경우 물가상승률이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물가의 불안요소는 많다. 소비를 줄일 수 없는 장바구니물가가 대표적이다. 신선채소가 비록 전달보다 4.8% 내려 하락세를 이끌었지만 지난해 4월보다는 10.6%나 올랐다. 가격이 일부 떨어져도 체감도가 높은 이유다. 3월에 비해서도 일부 품목은 크게 뛰었는데 양파는 21.2%나 올랐고 감자 9.9%, 달걀 6.3%, 당근 4.8%, 돼지고기 5.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나마 풋고추(-32.5%), 오이(-26.7%), 피망(-33.5%), 호박(-26.0%), 양배추(-25.7%) 등의 낙폭이 커 밥상 차림의 부담을 덜었다.
이런 와중에 쿠키나 두유ㆍ장류ㆍ라면 등 가공식품의 물가도 들썩거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해태제과는 버터링 쿠키의 편의점 판매가격을 기존 1,4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렸다. 남양유업의 '맛있는 두유 GT' 검은콩 두유와 검은깨 17곡 두유의 판매가격도 곧 편의점 등 유통채널에서 각각 10% 안팎 인상될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은 이미 지난해 말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검은콩 두유와 검은깨 17곡 두유를 각각 8.5% 인상한 바 있다. 오뚜기는 지난달 중순부터 주요 편의점에서 참깨라면ㆍ컵누들ㆍ열라면 등 용기면 제품 가격을 50~200원가량 올렸고 CJ제일제당은 1월 올린 장류 가격(평균 7.1% 인상)을 이달부터 편의점에 적용한다.
업계에서는 이달 말께 과자와 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인상 시기를 놓친 일부 가공식품업체의 가격 인상 시도가 추가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비 상승 등을 감안하면 그간 최소한의 가격 인상만 했다"며 "지난 정권부터 계속돼온 눈치보기에 가격 조정을 최소화해왔는데 한계치에 다다른 것 아니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