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1월29일] <1255> 지식혁명


‘독자 여러분들은 인쇄술 발명 이래 가장 위대한 진전의 결과를 보고 계십니다….’ 1814년 11월29일자 런던의 일간지 ‘더 타임스’에 실린 사고(社告)의 일부다. 당시 세계 최대 신문이던 더 타임스가 ‘위대한 진전’으로 꼽은 것은 신문을 인쇄한 고속 윤전기. 숙련공이 시간당 최대 250장을 인쇄하던 철제 평면인쇄기와 달리 윤전기는 시간당 1,000장을 찍어댔다. 비결은 회전식 인쇄기술 개발과 증기엔진의 결합. 엔진의 힘이라야 2마력에 불과했지만 인쇄할 때마다 압착기를 누르는 레버를 인력으로 당길 필요가 없어졌다. 고속 윤전기는 지식의 전파를 확산시켰다. 평면 인쇄기를 밤새워 가동할 필요 없이 새벽에 윤전기를 돌리면 전일 발생한 모든 소식을 신문에 실을 수 있었다. 혁신의 주역은 독일 출신 엔지니어인 쾨니히(Friedrich Koenigㆍ당시 40세). 독일에서 수많은 인쇄기를 발명했으나 알아주는 투자자가 없어 영국으로 건너와 회전식 인쇄기를 개발하고 최대 신문인 더 타임스와 함께 인쇄혁명을 주도했다. 저항도 없지 않았다. 더 타임스는 쾨니히 윤전기를 이웃 빌딩에 비밀리에 설치하고서야 가동시킬 수 있었다. 기계를 파괴하겠다던 인쇄공들의 협박이 두려워서다. 윤전기는 또 다른 혁신을 낳았다. 신문 보급이 급속히 늘어나며 펄프ㆍ목재ㆍ제지산업은 물론 활자기술과 잉크 산업까지 발전시켰다. 쾨니히 윤전기는 종이문명 시대의 개막을 알린 신호탄이었던 셈이다. 최초의 윤전기 도입 194주년을 맞은 오늘날 시간당 864만장을 양면으로 컬러 인쇄할 수 있는 윤전기까지 등장했다. 정보혁명으로 종이로 된 지식은 한계를 맞았다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 컴퓨터 도입 이후 프린터와 종이 사용량은 오히려 더 늘어났다. ‘인쇄된 지식’에 대한 수요는 무궁무진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