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카드사 대규모 정보유출사건 1주일

유출경위·규모 파악도 못해 고객 피싱 등 2차 피해 우려

당국, 실속 대응없이 사퇴 등 제재 압박만


한 번에 1억명이 넘는 최악의 고객정보 유출 사태가 일어났지만 정작 정부와 해당 금융회사들이 유출 경위와 피해 규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출된 주민등록번호·전화번호를 악용한 고객들의 2차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문제의 금융사들은 어느 그룹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는지 모르고 있고 이에 따라 잠재 피해 고객에게 통보하는 것 자체가 불가한 상황이다. 검찰 등 수사당국은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금융감독당국과 해당 금융회사에 피해 고객 명단을 사전에 통보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은 연 이틀 금융업계 최고경영자(CEO)를 불러 사퇴 압박과 종합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실속 대책 없이 전시용 행정에 그치고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피해 사실도 모르는 고객…2차 피해 우려=1억400만명의 고객정보 유출 사태가 창원지방검찰청의 기소 발표로 알려진 것은 지난 8일. 해당 카드사 세 곳의 고객은 일주일이 지난 15일까지 피해 사실을 통보받지 못했다. 해당 카드사는 물론 금융감독원도 명확한 피해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금융사는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하면 5일 이내에 피해 고객에게 개별적으로 알리고 홈페이지에 밝혀야 한다. 그러나 해당 카드사는 검찰로부터 명단을 전달받지 못했고 홈페이지에 유출 사실만 밝혔다. 그나마 국민카드는 어떤 정보가 유출됐는지 추정해 밝혔고 국민·농협카드는 유출 경로를 알렸지만 롯데카드는 단순 유출 사실만 적시했다. 해당 카드사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카드사 내부 직원이 아니라 카드사와 전산 위탁 업무를 맡은 신용정보회사(코리아크레딧뷰로·KCB) 직원이 한 일이고 관련 기록이 남지 않아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광식 금융보안연구원장은 "전산업체 대부분은 영세하고 대형 은행은 수십 개의 전산업체와 위탁계약을 맺고 있어 금융회사가 전산업체를 일일이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검찰이 확보한 피해 고객 정보를 토대로 해당 카드사 현장 검사를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에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피해 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검찰 수사가 종결되거나 자체 검사를 하기 전까지는 알기 어렵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종결하거나 금감원이 현장 검사를 통해 확인한 후 5일 이내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검찰 수사 중인 사안은 금감원이 검사를 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이번 경우도 사전에 피해자 명단을 알 수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해명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해당 카드사 고객에게 당신의 정보가 유출됐으니 확인 절차를 밟으라는 식으로 피싱·파밍.스미싱 사기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주민번호나 전화번호만 유출돼도 가능한 수법"이라고 우려했다.

관련기사



◇당국과 금융계 요란한 대응…속 빈 강정 되나=금융당국은 금융회사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포함해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17일 개인정보 보호 대책 태스크포스를 발족해 형사처벌과 과태료 등의 수위를 올려야 할지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현장검사가 진행 중인 카드회사에 대해서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영업정지와 임직원 해임 권고 가능성을 밝혔다.

그러나 금감원의 검사가 끝나기도 전에 금융위와 금감원이 제재 수위를 밝힌 것은 검사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를 비롯한 여론 압박이 커지자 무마하기 위한 여론전이 아니냐는 것이다. 카드사나 신용정보회사의 개인신용정보 유료 서비스에 대해 당국이 질타한 것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번 사건과 직결되지 않는 데다 서비스 구축에 따른 비용을 고객이 부담하지 않으면 나중에 시스템 투자 미비로 더 큰 사고를 낳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과거 보험 외판원의 개인정보 접근이나 금융지주회사 산하 계열사의 고객정보 공유에 대해 금융당국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당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등 개인정보에 대한 인식이 미흡한 실정"이라면서 "금융계는 물론 금융당국도 책임론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