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북한의 해안포 도발에도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지며 반등했다. 외국인들은 북한 리스크를 무시하며 국내 증시에서 2,000억원 넘게 사들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북한 관련 이슈가 국내 증시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 적이 없다며 코스피지수가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2,000선 위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31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63포인트(0.23%) 오른 1,985.63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중 북한이 북방한계선(NLL) 아래로 해안포를 사격해 백령도·연평도 주민이 긴급대피했다는 소식에 하락 전환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수는 외국인들의 순매수세에 상승한 채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들은 이날 3,203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기관이 995억원, 개인이 1,855억원어치를 내다 판 것과는 대조적이다. 외국인은 최근 4거래일 동안 8,668억원어치를 사들이며 국내 증시를 끌어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도발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특히 외국인들에게 새로운 이슈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실제로 지난 2006년 이후 외국인은 북한 관련 이슈가 터질 때마다 흔들리지 않고 국내 증시를 사들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6년 7월5일 북한이 대포동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외국인은 도발 당일을 포함 7거래일간 7,099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하지만 같은 해 1차 핵실험이 터졌을 때는 도발 당일 4,739억원어치를 사들였고 2009년 5월25일 2차 핵실험을 강행했을 때도 2,11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2010년 천안함 사건이 터졌을 때도 외국인은 3,277억원어치를 샀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북한의 국지적인 군사도발은 국내 증시를 크게 움직일 만한 이슈가 아니다"라며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영향이 미미했다는 학습효과도 있고 이번 도발 자체도 국내 증시의 투자환경을 해칠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외국인투자가들은 국내 증시가 가지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충분히 알고 있다"며 "최근 통일과 관련된 이야기들도 나오는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이 남북 간 관계를 최악의 상태로 몰고 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일부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리스크와 상관없이 국내 증시는 외국인들의 순매수 기조가 이어지며 2,000포인트 위로 올라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요2개국(G2)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와 국내 외국인 순매수와의 상관관계는 0.6 이상"이라며 "G2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2·4분기에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의 제조업구매자관리지수(PMI) 회복 등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가 반등세로 돌아서면 국내 증시에 외국인의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투자전략팀장도 "외국인들은 중국이 부양책 등으로 경기가 회복된다면 국내 증시가 수혜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당분간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국내 증시가 추세적으로 반등하기보다는 2,000선을 기준으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 외국인들이 순매수를 보이는 것은 그동안 다른 신흥국들보다 상대적으로 지수가 저평가됐기 때문에 '키 맞추기' 차원에서 끌어올리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1·4분기 글로벌 경기가 좋지 않아 국내 기업들의 실적에 대한 기대도 낮고 중국의 금융불안도 언제든지 고개를 들 수 있어 국내 증시는 2,100까지 가기보다는 2,050포인트 수준까지 갔다가 횡보 또는 하락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