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근로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늘리려는 정부의 '워크 셰어링' 추진에 대해 재계는 "기업의 인력 운영 관행에 비춰 현장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추진하고 있는 휴일근무의 연장근무 포함은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키는데다 기존 근로자들의 실질급여를 줄일 수 있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아울러 재계 반발의 근저에는 양극화ㆍ실업 등 모든 사회문제를 대기업이 해결하라는 식의 부담 지우기가 도를 넘어선 것 아니냐는 불만도 짙게 깔려 있다.
재계는 25일 이명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말한 것과 관련, 고용창출이라는 관점에서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종과 기업 특성에 맞게 경영효율성을 고려해 '잡 셰어링'을 추진하는 게 아니라 12시간의 휴일근무를 연장근무에 포함시키는 일률적이고 강제적인 방식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분위기다.
앞서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휴일 근로를 연장 근로에 포함시킬 경우 근로자들의 건강 문제는 물론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며 근로자 한 명당 주당 최대 68시간에 달했던 현행 근로 시간을 줄여 신규 고용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또 "조만간 노사정위원회에서 휴일 근로를 줄이는 문제를 포함한 법 개정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휴일특근 불인정에 대한 경영계 입장'이라는 성명을 내고 "정부가 법 개정 등 인위적 조치를 통해 근로시간 단축을 강제하는 것은 노동시장에서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총은 이어 "이번 조치는 비단 기업만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면서 "현재 주말특근을 시행하는 사업장 근로자의 경우 정부의 조치로 최대 3분의1가량 소득감소가 발생할 수 있어 근로자들이 과연 이를 수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반발도 크다. 박종남 대한상의 조사2본부장은 "기존 인력은 연장 근로 축소가 급여 삭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저항이 있을 수 있다"며 "이는 다시 기업들에 임금상승의 압력으로 작용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기업들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며 "특히 인건비 비중이 높은 자동차산업이 아무래도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재계 일각에서는 '워크 셰어링' 자체가 외국에서는 이미 실패한 제도라며 실효성이 없을 뿐 아니라 산업현장에서 혼선만 빚을 것이라고 냉소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언급한 잡 셰어링은 사실 유럽에서도 이미 실패한 제도"라며 "유럽에서는 과거 주 40시간 근무에서 35시간으로까지 줄여봤지만 결국 실효성이 없어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업종을 무시한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은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모 그룹의 한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는 제조업 분야에서는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일반 서비스업 분야에는 적용하기 힘들다"며 "서비스 업종에도 일률적으로 도입하라고 한다면 그것은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서가 아니라 임금 삭감을 통해 일자리를 공유하라는 얘기나 진배없다"고 문제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