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예산 크게 늘어 10兆육박 '성과' [과기부총리 체제 3주년 평가] 투자·성과 동시 관리 최고기술책임자 역할한·미원자력협정등 대외협상력 제고 효과도예산 배분·부처간 갈등 조정 능력은 과제로 이재철 기자 humming@sed.co.kr 참여정부 출범 이듬해인 지난 2004년 10월 18일. 청와대에서 당시 오명 과학기술부 장관은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이라는 새 임명장을 받았다. 1967년 과학기술처에서 98년 과기부로 승격된 지 불과 6년 만에 부총리 부처로 승격된 것이다. 부총리 체제의 과기부가 출범한지 3년이 지난 지금,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이 크게 늘어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2004년 7조원에 불과했던 R&D 예산이 내년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한 10조8,500억원을 기록할 예정이다. 자유무역협정(FTA)ㆍ국가균형발전ㆍ부동산 정책 등 늘 국민 여론이 집중된 분야와 달리 과학기술 분야는 '소리 없는 고속성장'을 이뤄왔다. 그러나 투자의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투자의 효율성 제고, 부처간 조율 등의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CTO(최고기술책임자) 역할 구축=부총리 체제 출범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에 '투자 효율성'과 '성과 관리'라는 개념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 과거 '선수'에서 '감독'으로 역할이 확대 변경되면서 과기부는 정부 R&D 예산을 가장 많이 쓰는 부처에서 R&D 예산의 배분과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하는 이른바 'CTO(최고기출책임자)'로 투자와 성과를 동시에 관리하고 있다. 예컨대 R&D 배분의 과기부총리가 기존 기획예산처에 집중된 R&D 예산의 조정ㆍ배분권을 가져와 최적화한 범부처 통합 R&D 예산 배분안을 기획처에 통보하게 됐다. 또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사무국 성격인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신설되면서 각 부처들이 개별적으로 추진해온 국가 R&D 사업을 과기혁신본부가 총괄 검토하는 체계가 구축됐다. ◇'통합형' 정책 성과 잇달아=이 같은 조직체계의 변화로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은 범부처 '통합형'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예컨대 올해 1월에는 '국가연구개발사업 사전타당성조사 제도'가 도입돼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의 대형 신규 연구개발사업에 대해서는 모든 부처가 예산반영 이전에 기술ㆍ경제적 타당성을 반드시 사전에 검증토록 했다. 또 지난해에는 국가R&D사업의 투자 포트폴리오와도 같은 'R&D 토털 로드맵'이 완성됐다. 단기적 시각의 투자가 아닌 10년 이상 중장기 투자전략에 의거해 과학기술 분야별 투자 우선순위가 달라지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아울러 부총리 체제는 정부의 대외 협상력 제고에도 상당한 상승 효과를 가져왔다. 지난해와 올해 과기부총리가 미 에너지부 장관과 연쇄 회동하면서 과학계의 핵심 난제인 한ㆍ미 원자력협정 재개정 협상의 물꼬를 튼 것도 부총리 체제의 최대 성과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 부총리에 대한 평가는 인색=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 정부 안팎에서 바라보는 과기부총리에 대한 평가는 매우 인색한 수준이다. 본지가 입수한 과기부의 최근 부총리 체제 인지도 설문조사(산ㆍ학ㆍ연 전문가 및 공무원 300명 대상) 자료에 따르면 과기부총리체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71.7%가 공감 의견을 밝혔음에도 부총리의 부처간 갈등조정 역량에 대해서는 불과 38.7%만이 공감한다고 답했다. 특히 과기부총리의 R&D 예산 조정배분 결과가 예산에 반영되는 실효성에 대해서는 22.0%만이 공감 의사를 밝혔다. 실제 2007년도 R&D 예산의 경우 과기부총리를 부위원장으로 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전 부처 요구액을 총 9조5,178억원으로 사전 조정했지만 기획처는 여기에 3,265억원을 더 증액했다. 국과위에서 삭감당한 각 부처가 기획처의 최종 예산편성 과정에서 증액을 시도했다는 의미다. 과기부 산하 연구회의 한 고위 인사는 "부처 이기주의 속에서 과기부총리와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예산 조정권한은 사실상 예산 심의권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과기장관회의가 '차관회의'로 전락? 3년간 장관 출석률 40%… 50%는 차관이 대리참석 과기부총리 체제 출범 이후 시작된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과기장관회의)'가 '차관회의' 수준으로 격하되고 있다. 과기부총리 주재 하에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등 과학기술 관련 부처 장관들이 빠짐없이 참석했던 초기 회의 풍경과 달리 차관들의 대참 행렬이 이어지고 출석률도 매회 급감하고 있다. 24일 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04년 10월 과기부총리 체제 출범 이후 신설된 과기장관회의는 2004년 10월부터 지난 11월까지 총 27회 개최됐다. 이 중 장관 출석률이 40.7%로 나머지 50.3%는 차관 대참 혹은 아예 출석을 하지 않은 경우로 나타났다. 1차 회의(2004년 11월)의 경우 국방부ㆍ산업자원부ㆍ정보통신부ㆍ보건복지부ㆍ환경부ㆍ건설교통부ㆍ해양수상부 등 총 10명의 장관(국무조정실장 포함)이 참석했지만 가장 최근에 열렸던 27회 회의(2007년 9월)에서는 이의 절반이 채 안되는 4명의 장관만이 자리를 지켰다. 특히 올해 들어 장관 출석률은 28.%로 크게 떨어져 건교부는 단 한 차례도 장관 출석이 없었다. 건교부는 2016년까지 총 1,500억원이 투입되는 주관 연구개발(R&D) 사업인 '스마트 하이웨이 개발 추진계획'이 회의 안건으로 올라왔던 26회 회의에도 차관이 대신 참석했다. 산자부장관의 경우 올해 7차례 회의 중 단 한 차례만 참석, 나머지 6차례의 회의에 모두 차관을 출석시켰다. 한편 과기장관회의는 정부가 비용절감 차원에서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경제정책조정회의 등 유사 관계장관회의를 정부청사에서 개최하는 것과 달리 27차례 모두 호텔에서 개최해 예산 낭비 지적을 받고 있다. 입력시간 : 2007/10/24 1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