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부 令이 안선다

집단이기주의가 갈수록 거세지면서 정부의 권위가 무너지고 있다. 이익단체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정부의 정당한 정책집행에 정면 도전함에 따라 더 이상 영(令)이 서지 않을 정도다. 은행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서 경영진이 아닌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하겠는 해괴(?)한 주장을 펼치는가 하면, 중개업소들의 모임인 중개업협회가 부동산투기단속에 나서는 정부를 상대로 고위공무원들의 투기내역을 공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특히 세금 포탈 문제로 고발된 업체가 정부각료에 대한 고발 의사를 밝히는 `적반하장(賊反荷杖)`도 벌어지고 있다. 전국세녹스판매인연합회는 13일 세녹스 판매업자에 대한 정부의 형사고발 방침에 항의,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세녹스를 `세금 회피를 위한 유사 휘발유`라는 규정을 내린 상태다. 금융산업노조도 지난 10일 정부가 조흥은행 매각과 관련된 실사과정에서 실사가격을 낮추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로 김진표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 등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부의 정당한 정책집행에 대해 집단이기주의로 맞서는 일이 확산되면서 정상적인 정부 기능이 붕괴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러다간 정책의 수립은 물론 실효성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부처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번번이 이익단체들의 주장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익단체들사이에서 `밀어 붙일수록 얻는 게 많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 같다”면서 “이런 현상이 계속 이어질 경우 정상적인 정부 기능이 마비되는 `무정부(anarchy)적인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금융계의 한 인사는 “현 정부가 이익집단의 갈등을 적절하게 해결하지 못해 `정부에 떼를 쓰면 해결해 주더라`는 인식을 심어줬다”며 “경제난국을 이겨내야 할 시기에 정부가 이해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질질 끌려 다니면 한국경제는 침몰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홍길기자 wha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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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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