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44거래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멈추고 매도세로 전환했다. 연속 순매수 행진이 시작된 8월23일부터 꾸준히 사들인 정보기술(IT), 자동차주 등에 대한 단기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판단된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순매수 행진은 끝났지만 현재 시점은 외국인이 대규모로 환매할 타이밍으로 보기는 이르기 때문에 추세적으로 외국인의 한국 주식시장 사랑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31일 코스피지수는 1.43%(29.49포인트) 내린 2,030.09포인트로 마감했다. 전날 2년3개월래 최고치까지 올랐지만 그 이상 오르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0월 정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쐐기를 박았지만 뉴욕증시가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며 하락 마감한 영향을 받아 국내 증시도 외국인이 단기 차익실현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은 45거래일 만에 매도세로 돌아서며 869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 역시 14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며 이날만 1,689억원을 순매도해 낙폭을 키웠다. 외국인과 기관의 물량을 개인이 받아내며 2,408억원을 순매수했다.
지수 약세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업종이 하락한 가운데 전기가스업(0.38%), 비금속광물(0.33%), 의약품(0.31%), 음식료품(0.01%) 업종만 올랐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2.33% 떨어져 150만원 밑으로 다시 떨어졌고 NAVER가 페이스북 약세의 영향으로 외국인 매도세가 몰리며 5.24% 떨어졌다.
이날 외국인은 전날에 이어 현대로템을 622억원어치 내다 팔았다. 이 외에 외국인 상위 매도 종목에는 NAVER(351억원), 삼성SDI(259억원), SK하이닉스(153억원), 대한항공(151억원), 현대차(135억원), SK(94억원), 삼성중공업(81억원), 삼성화재(77억원), 포스코(76억원) 등 외국인들이 지난 44거래일 동안 대규모로 사들였던 ITㆍ자동차주가 대거 포진해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순매수 기조가 이어진 44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NAVER를 8,258억원어치 사들였고 삼성SDI(1,154억원), SK하이닉스(1조6,846억원), 대한항공(357억원), 현대차(9,012억원), SK(645억원), 삼성중공업(1,114억원), 삼성화재(1,047억원), POSCO(6,417억원) 등을 매수 리스트에 올렸다.
이들 종목 중 상당수는 외국인 연속 순매수가 시작된 8월23일 이후 적게는 4.14%에서 많게는 103.41%까지 오른 종목이라 외국인들이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매도로 돌아선 것은 일시적인 차익실현 목적으로 볼 수 있다"며 "미국 추수감사절 이후 외국인의 매수세는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재상 K클라비스투자자문 대표 역시 "그동안 외국인이 ITㆍ자동차주 등을 산 규모에 비해 이날 매도 규모는 작기 때문에 일시적인 순매도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외국인이 공격적으로 매도에 나서기에는 아직 국내 증시가 선진국 증시보다 크게 오르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우리 증시는 여전히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은 환매보다는 주가의 추가 상승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며 "국내 경기가 선진국 경기에 비해 빠르게 회복되는 모양새를 보이기 때문에 외국인의 자금은 추세적으로 꾸준히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주가가 조금만 더 오르면 기관이 지금처럼 매도에 나서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11월 안으로 2,100포인트선은 충분히 넘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