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연극계 '노익장 파워'

'봄날' 오현경 '갈매기' 김금지 '노인…' 정재진<br>관록의 노배우들 깊이 있는 열연으로 큰 호응

오현경

김금지

정재진

국내 최고령 현역 배우 장민호(87), 백성희(86) 씨는 지난 3월 자신들의 이름을 딴 '백성희장민호극장' 개관작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두 원로배우에 대한 헌정작으로 선보인 연극 '3월의 눈'(연출 손진책)은 덧없는 인생사를 담담하게 풀어낸 노배우들의 깊이 있는 연기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최근 고령의 배우들이 연극 무대에서 젊은이 못지 않게 열연을 펼치는 작품들이 잇따르고 있다. 희극(喜劇)에 치우쳤던 연극 시장에서 정통 연극의 힘과 매력이 새롭게 조명받기 시작한 데다 관록의 선배들이 무대 장악력을 발휘해 작품을 완성도 있게 이끌어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스라히 사라지는 봄날을 열연=한국 희곡 문학의 거목 이강백 극작가와 원로 배우 오현경(75) 씨가 조우한 연극 '봄날'은 오는 17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 오른다. 극단 백수광부가 창단 15주년을 기념해 올리는 '봄날'은 84년 초연 당시 서울연극제 대상 수상으로 화제를 낳았으며 2009년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으로 재공연됐을 때는 전회 매진(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기록을 세웠다. 극은 어린 여자를 품어서라도 회춘하려는 아버지의 욕망과 봄날 타오르는 산불처럼 반역을 꾀하는 아들들의 욕망이 거칠게 부딪친다. 어머니의 빈자리를 대신하는 장남(이대연)이 아버지와 형제 사이를 중재하려 하지만 욕망이 만들어낸 가족간 갈등을 막진 못한다. 아버지가 참회하면서 떠나간 자식들을 그리워하는 감정을 그려낸 작품은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를 담담하게 전달한다. 특히 초연 때 아버지를 연기했던 배우 오현경은 이번 무대에서도 같은 역할을 맡아 수십 년 세월을 뛰어넘으며 감동을 준다. ◇욕망의 여배우로 변신=연극 연출가 고(故) 이진순(1916~1984) 선생을 기려 오는 14일부터 5월 8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 오르는 안톤 체홉의 '갈매기'에서는 원로 배우 김금지(69) 씨가 열연한다. 이 작품은 젊은 작가 지망생 뜨레쁠레프와 그의 어머니인 여배우 아르까지나, 어머니의 정부인 유명 통속 작가 뜨리고린, 뜨레쁠레프의 연인이자 배우인 니나 사이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갈등을 그린다. 이진순 선생이 1966년 첫 연출을 맡은 이래 1983년까지 4차례 연출한 '갈매기'는 특히 고인의 마지막 연출작이기도 하다. 이진순 연출의 1966년판 '갈매기'에서 니나 역을 맡았으며 이번에는 어머니인 아르까지나 역할로 열연하는 김금지 씨는 "이번 무대가 굉장히 뜻 깊고 감회가 깊다"는 소감을 밝혔다. ◇바다와 인생을 건 사투=연극 '노인과 바다'는 노벨문학상과 퓰리처상에 빛나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동명 소설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각색한 2인극이다. 관객 호평에 힘입어 최근 대학로극장에서 연장 공연에 들어간 이 작품의 백미는 노인 역을 맡은 배우 정재진(57)의 절제되면서도 깊이 있는 연기다. 정재진은 '웰컴 투 동막골'의 촌장, '최강 로맨스'의 조반장, '말죽거리 잔혹사'의 교장 선생님 등 독창적이면서 친근한 연기를 선보여온 연극 배우다. 노인이 바다로 상징되는 고난에 당당히 맞서는 불굴의 의지와 그에게 진심 어린 존경을 갖고 있는 청년의 외침이 교차하면서 '그날 그 시간 노인의 바다'는 객석까지 생생하게 전달된다. 정재진은 극 중 대사를 통해 연기자로서 자신의 철학과 다짐을 고백한다. "인간은 자기 자신에 대해 절망하고 포기하기 때문에 패배 당하기 쉬운 법이지. 하지만 난 절대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을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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