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소 연구개발전문기업(R&D서비스업)을 육성하기 위한 종합방안을 이르면 오는 11월 중순께 마련한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그늘에 가려 영세성을 면치 못해온 풀뿌리 연구전문기업들을 살리기 위해 불을 지피겠다는 뜻이다.
29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일정으로 미래창조과학부와 기획재정부 등 유관부처 합동으로 'R&D서비스업 활성화 방안(가칭)'을 마련하기로 하고 정책발굴 작업을 본격화했다.
해당 방안은 R&D서비스업체들에 대한 시장수요를 창출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세제ㆍ회계ㆍ금융ㆍ재정 지원과 공공연구설비 이용 제약 문제 등을 한데 묶은 패키지 대책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미래부가 다음달 초순까지 R&D서비스산업 지원을 위한 법 개정 사항이 없는지 검토한 뒤 부처 간 협의를 할 계획"이라며 "이와 별도로 11월 초ㆍ중순을 시한으로 외부기관에 연구용역을 줘 관련 업계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R&D서비스업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해당 업종이 고용과 핵심기술 창출의 텃밭이기 때문이다. 글로벌벤처연구원이 마련한 정부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0년 현재 R&D서비스업체는 총 1만3,000여개이며 약 27만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다수 R&D서비스업체들은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 등이 추진하는 R&D사업은 공공설비 이용과 세제 등의 측면에서 혜택을 누려 가격경쟁력이 있는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소 등이 싹쓸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기업은 각종 세제혜택 등을 받는 자체 부설 연구소에서 주요 R&D를 해결하는 탓에 민간 R&D시장에서도 중소업체의 입지는 좁다.
중소 R&D업체에 용역을 주고도 제대로 대가를 치르지 않는 불공정거래 관행도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 경기도에서 R&D 관련 컨설팅업을 수행하는 N업체의 경영자는 "회사 매출의 70% 정도는 공공발주사업으로 벌어들이는데 10년 전 창업 때보다 여건이 더 좋지 않다"며 "지식서비스는 공짜라는 후진적 풍토 때문에 열심히 일하고도 대가를 받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대책은 대기업 및 공공기관 연구소에 비해 중소 R&D전문업체들이 세제ㆍ준조세ㆍ금융ㆍ규제ㆍ재정 지원, 공공시설 이용 등의 부문에서 역차별을 받는 설움을 풀어주는 데 주안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세제와 관련해서는 기업부담금ㆍ기술료와 관세, 취득ㆍ재산세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일반 기업은 부설 연구소를 설립할 때 부동산 등에 대해 취득세ㆍ재산세를 면제 받고 연구기자재 수입시 관세를 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R&D전문기업은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준조세 측면에서는 정부 발주 R&D사업시 중소기업에 25%의 기업부담금을 물리고 정부출연금의 최고 10%에 달하는 기술료를 지우는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업계는 밝히고 있다.
또한 용역을 받은 중소 R&D서비스기업이 적정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R&D서비스업 전반의 표준품셈 허점을 재정비하고 기업들이 회계상 간접비 계상비율 규제 부담을 한층 덜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 밖에 R&D서비스업체에 대한 병역대체복무 혜택 요건을 좀 더 완화해 소규모 업체들도 젊은 인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대체로 석사급 인력을 5명 이상 보유해야 이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영세업체에는 여전히 문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