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사학법, 타협점은 없는가

사학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대치한 지 한달이 넘도록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정국은 겨울 날씨만큼이나 냉랭하다. 한나라당은 개방형 이사제의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이 사학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헌법 정신에 위배되며 전교조에 학교운영권을 장악당한다는 이유로 사학법 개정안의 원천무효를 주장한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사학 비리를 원천적으로 방지하고 사학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4분의1 이상의 외부 이사를 둘 것을 주장하며 개정안을 단독 통과시켰다. 이해집단 관여 막을 장치 필요 사학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의 쟁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 사립학교의 운영 실상을 알 필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현 중ㆍ고등 사립학교는 평준화라는 대의명분하에 학생선발권과 수업료 자율조정권이 없다. 그 반대급부로 교사들의 인건비를 국고에서 지원받고 있다. 즉 컴퓨터 추첨에 의해 배치되는 학생을 무조건으로 받아 정부가 결정한 수업료만 받고 교육을 시키도록 돼 있다. 말하자면 이름만 사립학교이지 운영은 준공립학교와 같은 방식으로 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사립학교를 사립학교답게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다. 설립자만 민간이고 운영 일체를 정부가 규제하고 지원한다면 사립학교의 취지에 맞지 않는 것이다. 사립학교는 수업료를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도록 하고 또 학생도 자율적으로 선발할 수 있도록 하는 반면 교사들의 인건비도 정부의 지원 없이 사립학교가 스스로 조달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동시에 학생들에게 학교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사립학교의 자율과 책임이 동시에 보장한다면 사립학교는 지금의 자립형 사립학교나 대안학교와 같이 스스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좋은 학생을 뽑아 질 높은 교육을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러한 순수한 의미의 사립학교에는 개방형 이사제는 불필요하고 또 그런 당위도 없다. 정부는 이러한 순수한 형태의 사립학교를 운영할 수 있는 선택을 재정 상태와 설립자의 의지를 고려해 사립학교에 맡김으로써 그 비율을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가야 한다. 반면 현재의 준공립학교 형태로 남아 있기를 원하는 사립학교는 개방형 이사제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공공자금이 투입이 되는 기관은 그것이 학교든 공기업이든 그것의 운영을 관리 감독할 외부 이사가 파견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지원과 규제는 항상 같이 가는 동전의 양면이기 때문이다. 또한 투자자인 사립학교 설립자도 이해당사자일 뿐만 아니라 상당한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는 정부도 이해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학교운영위원회를 대리인으로 해 이사추천권을 법으로 위임한다면 명분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한나라당이 우려하듯이 특수 이해집단이 대거 참여한다든지 자질 없는 이사가 학교 운영에 참여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우려는 현재의 교육 현실을 볼 때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있고 이를 방지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즉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이사 추천을 2~3배수 정도 하도록 해 학교법인 측이 선별할 수 있도록 한다든지 이사 추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순수 사립학교 비중 늘려야 사립대학교의 경우 중ㆍ고등 사립학교와는 그 성격을 달리한다고 볼 수 있다. 즉 현재 사립학교는 교수들의 인건비를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학생선발권과 등록금 자율조정권도 제한적이지만 중ㆍ고등 사립학교보다는 자율성이 더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립대학의 경우 구성원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봐야 하느냐에 따라 문제가 첨예하게 달라질 수 있다. 사립대학은 구성원이 설립자뿐만 아니라 교수들도 구성원으로, 이해당사자로 볼 수 있느냐에 따라 개방형 이사제의 수용 여부가 결정돼야 할 것이다. 사학법 개정안 통과로 얼어붙은 겨울 정국을 녹이고 여야가 국민을 위한 민생을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타협점을 찾을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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