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감독 체제를 바꾸자(사설)

최근 지속되는 경제침체와 증권시장의 악화는 자유화를 표방하는 정부의 금융정책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92년 3단계 금융자유화 및 시장개방계획을 발표한 이래 세계무역기구(WTO)와의 금융협상에서 최종 양허표를 제시하였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에 따라 자본이동에 관한 규약을 준수하게 되어 있다.이제 정부는 비록 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금융의 완전자유화를 지향해 나가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지난 30년간 경제개발우선목표는 금융산업에 대한 정부의 각종 규제와 간섭을 초래하게 하였으며 결과적으로 금융산업의 발전을 가로 막아왔다. 이러한 금융부문의 낙후와 구조의 왜곡에 따라 실물부문의 발전까지 저해하게 되었고 금융시장의 개방으로 인해 외국금융기관과의 무차별적 경쟁은 우리 금융산업의 최대위기로 인식돼 정부는 개방계획을 지연시키는데만 정책적 노력을 집중해왔다. 그러나 오늘날 금융자유화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컴퓨터와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국경을 허물고 있으며 금융거래가 가장 편리한 시장으로 집중하는 경향을 띠고 있다. 이제 OECD가입과 함께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금융자유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산업의 자율화 확대로 나타날 수 있는 금융의 제도적 위험을 낮추기 위한 장치를 강구하는 것이다. ○금융산업 낙후는 규제 때문 최근 정부는 국가 경쟁력 10%강화를 위해 은행에 대출금리 인하를 강요하고 있으며 증권시장 악화를 빌미로 금융기관의 증자를 불허했다. 금리자유화를 추진함에 따라 예대금리 차이를 축소시키면서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는 금융기관으로서는 경영악화를 예견할 수밖에 없다. 금융기관의 부실에 대비한 예금보험공사의 발족이나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통한 실명제의 강화 등에 따라 예금주나 투자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경제하강 속에서 일부계층의 과소비행태, 저축률의 감소는 정부 금융정책의 방향을 어렵게 하고 있다. ○자율에 역행하는 정부 간섭 지난 8월에 발표하였던 증권시장의 각종 규제완화와 자율화계획은 한국의 빅 뱅(Big Bang)이라고 불릴만 했으나 증권시장의 추락과 함께 계획자체가 실종됐다. 오히려 증권시장에는 사정을 위한 계좌조사설에 따라 삭풍이 불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금융정책에서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많은 정책과 조치가 거시적, 미시적인 측면에서 필요하고 장단기과제로 인식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금융자유화를 지향하는데 따라 발생하는 금융제도의 위험을 낮추는 안전장치로서 금융감독과 규제의 혁신이다. 과거 규제와 보호차원에서 행해져 온 금융감독체계는 금융자유화 시대에선 금융질서를 오히려 불안정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있다. 따라서 금융감독은 이제 새로운 틀을 짜야 한다. 최근 일본에서 추진되고 있는 「빅뱅」을 참고할 만하다. 컴퓨터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따라 금융기관 업무영역의 벽을 넘는 복합 상품들이 개발되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금융거래기법이 등장하고 있는 현실에서 지금과 같은 금융감독방식은 금융산업발전에 저해요인이 될 뿐이다. ○시급한 감독기능의 통합 금융감독제도의 이상은 금융시장에 자유경쟁여건을 최대한 보장해주어 시장기능에 의해 금융의 안전성과 건전성이 확보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금융감독기관의 체계를 재조정해야 한다. 금융업이 전업주의로부터 겸업주의로 넘어가고 있는데 금융감독기관은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과 같이 산업별로 구분되어 금융감독의 효율성이 저하되고 있다. 둘째, 금융감독인력의 전문성을 높여야한다. 각종 금융거래기법과 상품이 다각적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비해 전문인력의 부족으로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존인력의 재훈련과 함께 과감하게 새로운 전문인력을 선발해서 투입해야 할 것이다. 셋째, 영국의 베어링 은행에서 보듯이 최근의 금융사고는 대형화하고 그 결과는 파멸로서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사후적발보다는 사고 예방에 주력해야 하고 이를 위한 예방시스템과 내부통제제도 개발이 시급하다. 이제 금융감독은 감독기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금융기관 스스로 생존발전하기 위해 자체적인 내부통제가 긴요하다. 금융감독제도의 개선은 많은 시간이 걸리는만큼 장기적인 대책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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