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사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16일 제주도 KAL호텔에서 관훈클럽 주최로 열린 ‘새로운 언론진로의 모색’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소통의 문제가 화두인 요즘 이제는 미디어 프렌들리(media-friendly) 정책을 넘어 미디어 프랭클리(media-franklyㆍ언론과의 솔직한 관계)로 나가자는 게 정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 차관은 “지난 3월 취임한 이후 제일 처음 한 일이 기자실을 정상화 하는 일이었다”며 “이전 정부에서 기자와 취재원 문제, 정부와 언론의 문제에서 정상적이지 않았던 일을 바로 잡으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가 언론을 권력으로 보고 제한했던 일련의 조치들 중 크게 3가지를 되돌려 놓았다고 예시했다. 신 차관은 ▦언론사 기고와 인터뷰를 제한하지 않기로 했고 ▦정부가 후원하거나 공동 주최하는 행사를 부처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도록 보장했으며 ▦정치적 배분에 좌우됐던 정부의 광고를 광고 목적에 따라 자율적으로 시행하도록 조치한 것을 꼽았다. 그러나 신 차관은 언론과 정부, 기자와 취재원이 풀어야 할 숙제가 있어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제공할 수 있는 기자실 공간이 한정돼 있는 점 ▦기자와 취재원의 접촉 문제 ▦취재의 규칙과 룰이 잘 지켜지지 않는 관행 등을 꼽았다. 특히 취재 규칙과 룰에 대해 “엠바고와 오프더 레코드(비보도 요청)가 있는데 이게 언론 자유를 구속하고 진실을 오도하는 양 잘못 비춰지고 있다”며 “하지만 몇몇 공보 담당자들은 그런 기본 룰이 지켜지지 않아 (언론에) 말을 할 수 없다고 호소한다”고 말했다. 신 차관은 최근 광우병 괴담을 계기로 국정홍보처를 부활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개인적인 견해지만 없앤 것을 새로 만들자는 것은 시간을 되돌리는 것이다”며 “홍보처나 공보처를 두고 있는 나라는 독재국가나 공산국가 밖에 없지 않냐”고 되물었다. 정부의 정보공개 추진 상황과 관련, “정보공개는 상당히 전향적인 방향으로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현직 언론사 기자로는 기자실 폐쇄 조치 당시 정부에 강하게 항의했던 외교부 기자단 간사 유신모 경향신문 정치부 기자가 발제자로 나섰다. 유 기자는 참여정부에서 폐쇄됐던 기자실이 복원됐지만 단순한 복원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장 큰 문제는 참여정부 때부터 문제가 됐던 공무원들의 취재에 대한 비협조와 제한적 정보제공이 개선되지 않았다”며 “대표적으로 청와대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방법으로 기자실을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 기자는 이어 “기자들을 가장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지나치게 남발되는 일방적 엠바고와 비보도 요청”이라며 “국가 안위에 관련된 사항 외에 사소한 말 실수나 정부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사안이면 예외 없이 엠바고 또는 비보도를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학계 발제자로 나선 단국대학교 언론영상학부 손태규 교수는 “명예훼손을 형사처벌하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며 “이번 정부에서는 이를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언론중재위는 힘없는 국민들의 피해를 구제한다는 명목으로 설립됐으나 힘 있는 정부나 공무원들의 언론 견제 수단으로 변질되고 말았다”며 “지난 2005년 만들어진 신문법 역시 시장원리를 무시한 발상에서 비롯된 법으로 폐지 또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