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이집트 비상사태 선포

■ 무르시 지지자 무력 진압<br>95명 이상 사망

이집트 과도정부가 14일 이집트 전국에 한 달 동안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에 앞서 군부가 축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지지자들의 농성장을 이날 무력 진압하면서 최소 95명 이상이 사망해, 무르시 축출 과정서 높은 지지를 받으며 등장했던 군부의 정치적 타격이 예상된다.

이집트 대통령실은 이날 국영 TV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밝혔다. 아들리 만수르 임시 대통령이 "군부에 경찰과 협력하여 치안 유지와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실시하도록 지시했다"고 성명은 전했다.


이집트 정부가 비상사태 선포까지 이른 것은 무르시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농성 중인 곳을 불도저를 동원해 무력 진압하면서 유혈사태가 벌어진 탓이다. 이집트 경찰과 군부는 이날 오전 장갑차와 불도저를 앞세워 무르시 지지자들이 한 달 넘게 농성 중이던 수도 카이로 교외 나스르시티 라바광장과 카이로대학 앞 나흐다광장 등 두 곳에서 강제 해산을 시도했다. 이집트 보건부는 이 과정에서 전국에서 95명이 숨졌으며, 840여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반면 무르시의 지지 기반인 무슬림형제단 측은 "최소 250명 이상이 사망하고 5,000명 이상 다쳤다"며 "농성장 주변 건물 옥상에서 저격수들이 쏜 총탄에 시위대 다수가 맞았다"고 주장했다. 라바광장에는 여전히 무르시 지지자 수백명이 모여 있어, 추가 유혈사태도 우려된다. 진압 과정에서 영국 스카이뉴스 카메라맨 믹 딘 등 언론인 2명도 숨졌다.

카이로 외에도 제2의 도시인 알렉산드리아 등지에서도 유혈 충돌이 벌어졌다.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정부 기관 건물 주변에서 경찰과 무르시 지지파가 격렬히 맞붙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수에즈에서도 무르시 찬반 세력의 충돌로 최소 5명이 목숨을 잃고 53명이 부상했다.

무슬림형제단 측은 군부의 진압을 학살이라고 규탄하고 더욱 광범위한 저항이 있을 것을 경고해, 이집트의 혼란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하드 알하드다드 대변인은 트위터에 "군부의 진압은 해산이 아니라 군사쿠데타에 반대하는 모든 목소리를 박멸하려는 유혈 진압"이라며 국민들에게 시위 참가를 촉구했다. 무슬림형제단은 비상사태 선포에 대해서도 "시민들의 분노만 자극시킬 뿐이며, 모든 형태의 저항을 계속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박준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