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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팀 평창서 메달권 가능… 훌륭한 선수 발굴하는게 꿈"

프리스타일 스키 대표팀 지도 토비 도슨<br>한국선수들 자질 좋지만 욕심 많아<br>韓美 전문 글로벌 투자전문가 될 것

프리스타일스키 국가대표팀 코치인 토비 도슨(왼쪽)이 강원도 평창 휘닉스파크에서 대표팀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프리스타일 국가대표팀 코치 토비 도슨'. 명함을 내미는 그의 눈빛에서 당당함이 묻어 났다.

세 살 때 부산에서 미아가 돼 미국의 스키강사 부부에게 입양된 뒤 2006년 미국대표로 토리노 동계올림픽에 출전, 프리스타일 스키(모굴) 동메달을 딴 토비 도슨(33). 올림픽 메달을 계기로 친아버지를 찾은 그는 지난해 여름 남아공 더반으로 날아가 프레젠터로서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에 공을 세웠다. 그리고 내친 김에 한국의 프리스타일 스키 국가대표팀 코치까지 맡았다.


지난해 12월부터 평창 휘닉스파크에서 대표팀 훈련을 지도하고 있는 도슨을 지난 6일 만났다. "스키장에만 틀어박혀 지내지만 훈련 스케줄 짜랴 한국어 공부하랴 너무 바빠서 지루할 틈도 없다"는 그는 2012년 새해가 밝아온 1월1일 0시에는 콘도미니엄 발코니에서 불꽃놀이를 보며 제자들의 청출어람을 기원했다고 한다.

◇코치님은 '카톡' 중독=도슨은 요즘 카카오톡(스마트폰 메신저)에 빠져 산다. 재미동포 친구가 다운로드 받아준 뒤 휴대폰을 놓는 일이 없다. 도슨은 "부산의 친아버지와 친동생에게는 한글로, 미국의 양부모님과 동생에게는 영어로 '카톡'을 한다"며 "머리 아파"라고 또렷한 발음의 한국어를 내뱉었다. 도슨의 한국어 실력은 그의 말을 빌리면 '베이비 토크' 수준. 최근에 배운 문장은 "나 한국말 쥐꼬리만큼 한다". 제자들한테서는 애교부릴 때 쓰는 유행어인 "뿌잉뿌잉"을 배웠다.


이메일로 한국어 과외를 받는 도슨은 "빨리 베이비 토크 수준을 넘어서고 싶다"고 했다. 동기부여는 확실하다. "지금은 250단어를 아는 정도지만 빨리 배워서 친아버지, 친동생과 의미 있는 대화를 하고 싶다"는 도슨은 "대회에 나갈 경우에도 우리 선수들에게 한국어로 지시를 하면 다른 나라 선수들이 못 알아듣는 '톱 시크릿'이 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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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팀 지도는 정해진 운명=한국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 6, 은 6, 동메달 2개로 종합 5위의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메달은 전부 빙상에서 나왔다. 설상 종목의 경우 결선 진출도 힘겨운 수준이다. 프리스타일 스키는 밴쿠버 여자 모굴에서 서정화가 올린 21위가 역대 최고성적이다.

현재 8명의 남녀 국가대표(상비군 포함)를 가르치고 있는 도슨은 "자질이 좋은 선수가 많다. 프리스타일은 체구가 작고 민첩한 동양인에게 유리할 수 있다. 기술적인 능력과 체력을 갖추도록 잘 지도한다면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10위권의 성적을 낼 수 있고 2018년 평창에서는 메달권 진입도 가능하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기본기를 차분히 닦은 뒤 다음 레벨로 넘어가는 게 중요한데 한국 선수들은 한번에 너무 높은 단계에 이르려는 욕심이 있다"는 날카로운 지적도 빠뜨리지 않았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미국팀 코치를 맡았던 도슨은 올림픽 뒤 코치직 연장을 제의받았지만 단번에 거절했다. 도슨은 "미국이나 캐나다는 최고의 팀이지만 그 팀의 코치로 남는 게 내 꿈은 아니다. 잘하는 팀을 유지시키는 것보다 다른 나라의 숨겨진 훌륭한 선수들을 발굴해내는 게 내 꿈"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과의 인연은 도슨의 꿈과도 맞아떨어진 셈이다.

베스트 스코어가 4언더파 68타일 정도로 골프에도 재능이 있는 도슨은 2007년 서울경제여자오픈 프로암 대회에 참가해 "선수가 돼 한국투어에 출전하겠다"고 '깜짝 선언'을 하기도 했다. 당시를 떠올린 도슨은 "진짜 그럴 생각도 있었는데 선수로서 또다시 경쟁에 뛰어든다는 게 내키지 않았다. 최근에는 몇 달 전 라운드를 했는데 100만개도 넘게 쳤다"(타수를 셀 수 없다는 뜻)며 엄살을 부렸다. 도슨은 미국 콜로라도 포트루이스대에서 재무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기도 하다. 졸업하려면 두 학기를 더 이수해야 한다. "평창올림픽 이후의 도슨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에 그는 "한국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고 있을 것이다. 한국과 미국을 전문으로 하는 글로벌 투자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구정 때 부산집에 한 달여 만에 내려간다. 가서 할아버지 제사를 지낼 것"이라는 도슨은 "삼겹살, 갈비, 순대, 곱창 등을 좋아하는데 집에 가면 꼭 과식을 하게 된다"며 웃었다. 그는 처음 명함을 건넬 때의 표정을 다시 지으며 이번에는 주민등록증을 보여줬다. '도슨 토비 수철'이라는 이름이 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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