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이라크 파병 자이툰부대 문제에 대해 일단 철군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또 부동산 대책에 대해선 다음달 9일 잠정 보고서를 내기로 했다.
그러나 여당은 개혁노선과 중도노선간 당내 갈등으로 정책 현안들에 대해 구체적인 당론도출에는 실패한 채 임시 봉합하는데 그쳤다.
열린우리당은 23일 오전 국회에서 정책의원총회를 열고 주요 정책현안에 대해 상임위별 현안보고와 난상토론을 벌였으나 최종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의 주요 의제는 ▦부동산 안정대책 ▦출자총액제한제도 ▦이라크 파병 자이툰부대의 파병연장 여부 ▦국민연금법 개정 등 4가지 였으며 이중 자이툰부대와 출총제 문제를 놓고 의원들간에 격론이 벌어졌다.
특히 자이툰부대 파병 연장에 대해선 김성곤ㆍ김명자ㆍ정의용 의원 등 중도성향 의원들이 정부의 파병연장동의안 국회 제출 이후로 논의하자는 신중론을 제기했으나 개혁성향의 임종석 의원이 주도하는 철군론이 우세를 점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철군론 지지 의원들 내에서도 내년의 대통령선거 전에 철군을 완료해야 한다는 ‘즉각 철군론’(임 의원 등 지지)과 ‘단계적 철군론’을 놓고 의견이 갈려 최종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여당 의원들은 정부에 철군계획서 제출을 요구하는 선에서 어정쩡한 합의를 보았다.
나머지 3개 의제들은 아예 잠정적인 가닥도 잡지 못한 채 관련 상임위원회나 특별위원회 등에 공을 넘겼다.
이중 부동산대책의 경우 최근 출범한 당의 부동산대책특위에 일임해 오는 12월9일까지 잠정보고서를 작성하게 한 뒤 연말까지 최종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것에만 의견을 모았다. 당은 특위가 제출할 최종보고서를 놓고 다시 원내토론과 당정협의를 거쳐 최종 입장을 밝힌다는 예정이어서 부동산 대책에 대한 당론 확정은 해를 넘길 가능성이 짙다.
출총제 문제도 국회 정무위원회에 협의 자체를 맡기기로 했다. 정부가 앞으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만큼 출총제 문제도 이 과정에서 정무위가 조율하도록 하겠다는 것. 하지만 당내에선 정부안대로 출총제를 완화할 경우 보완입법(순환출자금지 규제 등)을 마련해야 하는 지를 놓고 개혁노선과 실용노선간 의견차가 커 상임위의 결정 여부에 따라 갈등이 불거질 소지가 남아있다.
또 국민연금법 개정 문제도 기초연금제 도입 여부를 놓고 재정확보 여부가 논란거리로 남아 다음 정책의총의 숙제로 넘어갔다.
한편 이번 정책의총을 전후로 여당내 정책노선간 내홍이 더욱 표면화됨에 따라 당의 와해마저 우려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어느 당이든지 정책적인 이견이 항상 발생할 수 있지만 이는 소관 상임위를 중심으로 조용히 조율하면 되는데 일부 개혁파 의원들이 지나치게 대외적인 액션을 통해 당내 갈등을 여과 없이 공개하고 있어 정계개편론으로 복잡한 의원들의 심경이 더욱 무거워졌다”고 지적했다.
열린우리당이 이라크에 주둔 중인 자이툰 부대의 철군 계획서를 국회에 제출할 것을 정부측에 요구하기로 당론을 정한데 대해 청와대는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여당이 철군 계획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기로 한데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 정부가 곧 회의를 열어 논의해 최종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