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뮤지컬 '원스' 주인공 맡은 윤도현 "난생처음 오디션… 내겐 운명 같은 작품"

흔한 특수효과 하나 없이 연주·노래로 감동 전하는 100% 아날로그 공연

하루 8시간 한달 반 연습… 입시학원 뺨치는 강행군

바쁜 스케줄에 잊고 있던 디테일의 소중함 깨달아


"우린 자존심 하나로 무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답변마다 자신감과 애정이 묻어났다. 지난 3일 개막한 뮤지컬 '원스'에서 주인공 가이(guy) 역을 맡은 록그룹 YB의 보컬 윤도현(사진)은 "원스는 쇼뮤지컬에 비해 결코 화려하지 않지만, 연주와 노래, 연기로 깊은 감정을 전달하는 100% 아날로그 공연"이라며 "관객들로부터 '뭔가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원스에는 시선을 잡는 세트 전환과 특수효과는 물론, 웅장한 오케스트라도 없다. 대신 12명의 배우가 15종의 악기를 직접 연주하며 연기와 노래를 병행한다. 화려한 겉치장은 걷어내고 음악과 배우로 정면승부 하는 것이다. 윤도현이 작품의 원동력을 '자존심'으로 표현한 이유기도 하다. 개막 후 평단의 극찬이 쏟아지고 있지만, 윤도현에게 이번 작품은 쉽지 않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원스를 위해 그는 난생처음 캐스팅 오디션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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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밴드로 출발해 기타와 한 몸으로 살아온, 한때 음악을 포기하려 했던 그였던 만큼 음악을 소재로 한 원스와 거리의 기타리스트인 가이 배역은 분명 욕심이 났다. 그래도 오디션은 생각조차 못 했다. "제작사의 캐스팅 제안에 답을 할 때만 해도 출연이 확정된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매니저가 '오디션을 봐야 한다'고 하더군요." 심지어 오디션은 이틀 뒤. 아찔했다. "원스 음악이 숙지도 안 된 상태에서 오디션을 봐야 한다니 당황스러웠죠. '윤도현이 오디션 떨어졌다더라'는 소문이 날까 봐 걱정도 됐고요. 이틀 동안 에너지 음료까지 마셔 가며 만반의 준비를 했어요(웃음)." 그는 오디션 첫 곡으로 YB의 '나는 나비'를 "최선을 다해" 불렀고, 해외 연출팀은 단 한 곡만 듣고 엄지를 치켜 세우며 '당신과 함께 하고 싶다'고 외쳤다. 평소 낯을 많이 가리는 그에게 넘어야 할 산은 또 있었다. 원스는 12명의 배우가 지휘자 없이 합주를 펼쳐야 하기에 서로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배우들이 빨리 친해지는 게 급선무였던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동료들에게 다가갔다. "오디션까지 봤는데 뭔들 못하겠느냐는 생각이었죠. 배우들이 연습 전 MT를 갔는데 거기까지 기를 쓰고 따라갔어요. 처음엔 제가 바쁠까 봐 함께 가자고 말을 못 꺼내던 친구들이 지금은 형제처럼 가까워졌네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되는 약 한 달 반의 연습기간은 칼 같았다. 입시 학원 뺨치는 일정에 적잖이 당황하기도 했지만, 묵묵히 따르며 배우·스태프와 화음을 맞춰나갔다. "무대 위에서 배우들의 위치가 몇 센티미터만 바뀌어도 동선이 꼬여버려요. 합주도 마찬가지고요. 원스는 애초 칼 같은 연습을 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던 거죠."

원스를 통해 가수 윤도현의 마음가짐도 많이 바뀌었다. 그는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에 적응하려다 보니 음향체크조차 제대로 못 한 채 무대에 오르는 경우도 많았다"며 "원스 연습을 하며 시간이 걸려도 디테일을 살려내는 작업의 가치를 깨닫고 반성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아이돌과 단발성 음원 차트 중심의 국내 음악 시장에서 그가 하고 있는, 그러나 점점 설 곳이 줄어드는 록 음악의 돌파구도 그려볼 수 있었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결국엔 '우리 스스로 단단해지는 것'이 해답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 신념을 더 확고하게 만들어준 원스는 제게 운명 같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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