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비리 왜 일어났나

소유주·개발회사등 이해 얽혀 불법만연조직폭력배 또는 이들과 결탁한 임의단체인 상가운영조직이 재래시장 상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하거나 폭력을 일삼아온 것은 오랫동안 뿌리내린 고질적인 병폐였다. 8일 검찰의 수사발표를 지켜본 동대문상가 상인들은 "수십년간 곪아온 문제가 이제서야 터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재래시장에서의 잘못된 관행이 지난 몇년간 현대식 유통업을 지향한 대형 패션몰에서도 별다른 차이 없이 이어져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인들은 특히 지난 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에 따른 경제위기 상황에서 상가분양이 이뤄지면서 무리한 방식이 많이 동원됐다고 설명했다. 분양 및 입점을 늘리기 위해 상가건설 및 유지ㆍ관리회사와 별도로 분양만을 전담하는 조직과 상가운영위원회 등이 설립되면서 각종 불법행위가 자행됐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실적을 올린다는 명분 아래 갖가지 편법과 불법을 서슴지 않으면서 영세 상인들을 울려왔다. 99년 후 새로운 패션몰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고 기존 상가들이 전국 곳곳에 점포를 확장하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패션몰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존 상인들에게 억지로 신규 상가를 떠안기거나 경쟁상가의 영업행위를 부당하게 방해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상당수 패션몰들이 땅 소유주, 옛 건물 소유주, 개발회사, 분양상인 등으로 소유권이 갈래갈래 찢어져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한 것도 각종 불법행위 양산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저마다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수단으로 폭력조직과 손을 잡았기 때문. 이들간 민형사상 소송이 현재 수백건 이상 계류 중일 만큼 소유주간 이해관계와 갈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상인들은 이번 수사를 계기로 차제에 상인들을 괴롭히는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투명하고 공정한 상가분양 및 운영을 해당상가에 입점한 상인들이 직접 감시할 수 있는 법적ㆍ제도적 장치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현재 일부 상가에서 실시되고 있는 층별 매니저 제도나 상인들의 대표가 참가하는 입퇴점 위원회의 설치, 운영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당국이 일회적인 단속에 그치지 말고 법적 허점을 보완, 상인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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