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한자리를 우직하게 지켜온 고목. 그게 바로 郭사장의 모습이다.연세대 상대를 졸업하고 지난 64년 대한통운에 입사할때 부친이 『그 회사의 고목이 되라』고 하신 말씀을 그는 그렇게 지켜왔다. 35년간 한결같이 항만과 하역과 운송의 현장을 지키면서 최고의 국내 영업통으로 성장했다.
부두와 철도 노동자와 함께 해온 오랜 생활이 몸에 밴 탓에 여느 전문 경영인과는 다른 모습이다. 소탈하고 가식 없는 모습이 이웃집 아저씨같은 친근함을 느끼게 한다.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다 보면 솔직하고 직선적인 그의 성격도 금새 드러난다.
열린 경영을 실천해 나가고 있는 것도 그의 탁트인 성격과 무관하지 않아보인다.
郭사장은 종업원들과 아픔과 행복을 함께 하는 「신(新) 보스(BOSS)론」을 내세운다. 최고 경영자는 부모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郭사장은 마냥 자상한 「부모」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능력에 맞는 권한을 주는 만큼 철저한 책임도 스스로가 져야 한다는 것이 郭사장의 「부모론」이다.
취임직후 적자 지점에 대해 과감하게 지점장을 경질하는 등 책임을 추궁할 때는 가혹하리만큼 냉정했다는 것이 주위의 평가다. 이익을 내지 못하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책임 경영론」이다.
郭사장은 요즘 새벽 3시면 눈을 뜨게 된다. 나이가 든 탓이라고 얘기하지만 어려운 시기에 최고 경영자의 자리에 올랐다는 중압감이 없지 않아 보인다.
건강을 관리해야 할 나이가 됐다는 생각에 일주일에 두세번 정도 새벽에 분당 집 주변을 가볍게 뛰는 것으로 운동을 대신하고 있다. 두주불사형 술 실력이지만 요즘은 건강을 생각해 약게 마시고 있고 담배도 끊으려고 슬림형으로 바꿨다고.
하지만 60을 바라보는 나이답지 않게 건강한 모습이다. 50대 초반으로 보일 정도다.
가족은 부인 김봉선(金奉仙)여사와 2남1녀. 출가한 딸이 외손자를 낳아 할아버지가 됐다는게 싫지만은 않은 표정였다.
지방을 떠돌며 지점장 생활만 17년을 한 탓에 자상한 남편과 아버지 역할은 못했다고 스스로를 평가한 郭사장은 자식들을 맡아 훌륭하게 키워준 부인에게 항상 미안한 감정을 갖고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대한통운을 최고의 회사로 키워놓은 후 은퇴한 뒤 부인에게 봉사해야 겠다는 생각을 항상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고 말하는 가슴이 따뜻한 남자다.
평생을 몸담아온 대한통운에서 마지막 임무를 잘 해내야 한다고 강조하는 郭사장의 모습에서 젊은이 못지않은 패기와 열정을 느껴졌다.
이훈기자LHO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