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도널드슨(73)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1일(현지시간) 위원장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도널드슨의 주도하에 강력 추진돼 왔던 SEC의 시장 개혁정책에 힘이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SEC는 도널드슨 위원장이 1일 사퇴의사를 밝혔으며 오는 30일 공식 퇴임한다고 발표했다. 임기만료(2007년6월)까지 2년이나 남긴 상태에서 ‘낙마’한 것. 도널드슨 위원장은 이날 사퇴발표문에서 “위원장으로 봉사하게 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기업과 시장을 강화하고 통합의 견고히 하기 위해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있지만 이제는 자리에서 물러나 나의 가족과 민간부문으로 돌아갈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도 “도널드슨은 어려운 시기에 어려운 일을 해 냈다”며 “그는 미국민의 기대에 보답했다”고 말했다. 도널드슨의 조기퇴진의 해답은 ‘강하면 부러진다’는 속담에서 찾을 수 있다. 도널드슨은 지난 2003년 SEC 27대 위원장으로 취임한 후 미국 자본시장의 고질병을 해소하기 위해 끊임없이 개혁을 추진해 왔다. 기업의 투명성을 강조하며 회계 부정과 주가조작ㆍ사기 등에 대한 강도높은 조사를 계속해 왔고 최근에는 헤지펀드에 대해 ‘재앙’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감독의 수위를 한층 높일 것임을 공언해 왔다. 이에 따라 그는 재임기간동안 미국 재계와 헤지펀드들로부터 ‘공적’이라는 평가까지 받는 등 끊임없이 비판의 대상이 됐다. 게다가 부시 행정부와 의회까지 ‘너무 심하다’고 비판하면서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도널드슨의 사퇴는 시장 개혁의 칼날을 무디게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기업과 펀드의 ‘승리’로 평가되고 있다. 하비 골드슈미트 SEC 위원, 스테픈 커틀러 규율실행분과장, 폴 로에 뮤추얼펀드 감시분과장 등에 이어 도널드슨 마저 조기 퇴임하는 등 개혁의 핵심 주체들이 한꺼번에 떠나면서 ‘시장 감시자’로서 SEC의 입지가 크게 약화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미국 정계와 펀드업계는 도널드슨의 조기 퇴임을 두손들어 환영하고 있다. 미국 상공회의소 토마스 도나휴 회장은 “도널드슨의 임무는 자본시장의 신뢰와 확신을 회복하는 것이었다”며 “그의 후임자는 시장의 미래경쟁력을 확고히 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재계는 현재 SEC가 추진중인 주주의 권한강화가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국가의 이익을 보장하는 이가 후임자가 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시장은 SEC의 시장감시 능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SEC 인사이트의 존 가빈 사장은 “그의 퇴진은 투자자들에게는 큰 손실이지만 정ㆍ재계에는 굴러들어온 복덩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고용자연합회의 리처드 퍼라우토는 “투자자들은 재계에서 새로운 위원장의 임명을 방해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이윤을 위해 중요 개혁조치들을 후퇴시킬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도널드슨의 후임으로 도널드 마론전페인웨버 최고 경영책임자, 폴아킨스 SEC위원, 제임스 도티 변호사, 제이 레프코위즈변호사, 켈빈 와시 백악관 경제보좌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