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열기자의 법조이야기] 근로자 동의 받지 않고 바뀐 취업규칙주식회사들은 한결같이 취업규칙을 두고 있다. 취업규칙은 근로자가 입사하면서부터 퇴직할 때까지 상·훈벌은 물론이고 퇴직금등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사용자는 취업규칙에 따라 근로자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하고 근로자는 취업규칙을 지켜야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일부 회사들은 회사의 어려움 등을 내세워 그동안 근로자들에게 유리하게 적용되던 취업규칙을 근로자들의 동의없이 변경하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자금난에 시달린 일부 기업들은 퇴직금 부담을 덜기 위한 수단으로 취업규칙을 근로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변경하려다 노·사간 마찰이 일기도 했다.
취업규칙과 관련된 대법원 판례는 여전히 근로자들을 두텁게 보호해 주고 있지만 9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통해 다소 사회 현실성을 반영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회사가 근로자집단의 동의를 받지 않지 않은 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했다면 그 취업규칙은 「무효」라는 첫 대법원 판결은 지난 77년7월26일 이후 계속 유지되고 있다. 당시 이 판결은 근로자들의 권익을 두텁게 보호해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법원은 한걸음 더나가 90년4월27일 이모씨가 ㈜한진해운을 상대로 낸 퇴직금청구소송에서 회사가 취업규칙을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변경했을 경우 변경된 후에 입사한 근로자들도 변경전의 취업규칙을 적용받을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같은 판결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시민단체와 노동조합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보내기도 했다. 이는 한층더 근로자들의 권익을 지켜준 판결이기 때문이다.
이 판례는 윤영철(尹永哲)·박우동(朴禹東)·이재성(李在性)·김용준(金容俊)대법관이 관여했다. 원고 이씨를 대리해서는 김상훈(金相勳)변호사가, 피고를 대리해서는 법무법인 한미합동법률사무소가 맡았다.
그러나 2년이 지난 뒤 이 판례는 폐지되고 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92년12월22일 강원산업을 퇴직한 이모씨가 이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청구소송에서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않은 취업규칙 이라고해도 취업규칙 변경후에 입사한 근로자들은 당연히 변경후의 취업규칙을 적용받아야 한다고 선고했다.
따라서 이번 판결로 종전에 변경전의 취업규칙을 적용받는다고 한 90년4월27일 선고한 판례( 89다카7754)를 폐기했다.
이 판례변경은 우리의 사회 현실성을 크게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왜냐면 비록 동의를 받지않은 취업규칙이지만 개정된 취업규칙을 알고 입사한 근로자들에게까지 기존 근로자와 같은 혜택을 줄 수는 없다는 현실성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판례는 기업인들의 기업경영을 위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 사건의 판례변경은 김덕주(金德柱)대법원장, 이회창(李會昌)·최재호(崔在護)·박우동(朴禹東)·윤관(尹 )·김상원(金祥源)·배만운(裵滿雲)·김주한(金宙漢)·윤영철(尹永哲)·김용준(金容俊)·김석수(金碩洙)·박만호(朴萬浩)대법관이 관여했다.
박우동·배만운대법관은 별개의견을 통해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지 못한 취업규칙은 무효이기 때문에 종전의 취업규칙은 계속 유효한 것이다』면서 『따라서 변경후 입사한 근로자들도 종전 취업규칙을 그대로 적용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입력시간 2000/06/2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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