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천국 지옥 오락가락·양극화 심화도
IMF때 -6.7%성장… 작년 10.7% 올해 다시 떨어져
'천국과 지옥을 넘나드는 한국 경제'
IMF(국제통화기금) 신탁통치를 받은 지난 3년동안 우리 경제는 경제지표상으로 눈부신 성장을 했다.
경제가 이렇게 빨리 좋아질 것이라고는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회복으로 인한 기쁨을 찾아보기 어렵고 오히려 환란위기가 재연될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민간소비가 급격히 위축되고 수출증가율은 한자리수로 급락하고 있다. 여기에 환율이 널뛰기 장세를 연출하면서 금융불안을 가중시키고 있고 주식시장도 500선를 간신히 지키고 있다.
◇급격하게 호전된 경제지표
지난 3년 동안 한국경제는 지옥과 천국을 오락가락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지난 97년 실질경제성장률이 5.0%에 달하던 것이 IMF를 겪으면서 마이너스 6.7%로 무려 11.7%포인트나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는 다시 10.7%로 껑충 뛰었다.
그야말로 급하강ㆍ급상승의 전형적인 양상을 보였다. 경상수지도 지난 97년 81억7,000달러 적자를 기록하던 것이 1년만에 흑자로 반전, 98년 403억7,000달러, 99년 244억8,000달러, 올해에는 1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바닥을 드러냈던 외환보유액도 착실히 쌓여갔다. 지난 98년 88억7,000달러에 불과하던 것이 99년 740억5,000달러로 급증했으며 11월말 현재 933억4,000달러로 늘었다. 97년에 30%에 달하던 살인적인 회사채 금리도 올해에는 10%이하로 낮아졌다.
미래의 유망산업인 정보통신산업이 그 사이에 착실히 성장했다. 이에 따라 올 3ㆍ4분기 국내총생산(GDP)의 16.7%를 차지했고 성장기여율도 지난해 3ㆍ4분기에 비해 32.9%에서 59.6%로 크게 상승했다.
정정호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앞으로 우리 경기는 정보통신업과 구조조정에 달렸다"고 말할 정도로 정보통신업은 중요한 성장동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양극화의 심화
급속한 회복이 화근이었던가. 경제 회복을 기뻐하던 우리경제는 또 다시 환란이 다시 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우리경제의 가장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는 '양극화의 심화'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계층간ㆍ지역간ㆍ산업간 격차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상층과 하층간의 소득격차는 갈수록 심해지고 서울과 지방의 격차는 확대되고 있다.
산업도 마찬가지다. 반도체ㆍ자동차 등 특정 산업에 대한 수출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는 데 반해 제조업 등 전통산업의 비중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가 고공비행을 해도 일부 계층ㆍ지역ㆍ산업에 있는 사람에게만 온기가 전해질 뿐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겪는 체감경기는 IMF때 보다 더 나빠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환란 당시보다 상대적 박탈감이 더 커지면서 살기가 더 어렵워진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양극화가 앞으로도 계속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정부도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를 찾아내지 못하고 기존의 정책을 재탕삼탕할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진념 재경부장관이 지난달 30일 'IMF 3년 기념 관훈토론회'에서 "앞으로 6개월이 우리경제가 도약하느냐 좌절하느냐를 결정지을 것이다"는 말이 우리의 상황을 단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바야흐로 한국 경제는 '다시 외환위기로 가느냐 정상괘도에 안착하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전용호기자
입력시간 2000/12/03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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