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의 자사주 매입이 향후 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을 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트리플위칭데이(선물ㆍ옵션ㆍ개별주식옵션 동시만기일)을 앞두고 삼성전자 관련 프로그램 매물이 660억~1,380억원 가량 쏟아질 것으로 추정되는데다, 지난 99년 발행된 해외전환사채(CB)의 만기도 다음달로 다가오면서 물량 주의보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할 경우 시장도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이에 맞서 본격적인 자사주 매입 등 주가 받치기에 적극 나서고 있어 향후 삼성전자 주가 및 지수 향방은 이들간 힘겨루기 경쟁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8일 종합주가지수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에도 불구, 프로그램 매물의 여파로 지난 주말 보다 4.61포인트 떨어진 784.80포인트에 마감했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외국인의 차익 매물을 자사주 매입이라는 수단으로 방어해 지수 낙폭을 줄였다.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지수 영향력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의 주가 추이에 시장의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며 “삼성전자 측에서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등 주가부양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향후 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본격화=삼성전자는 이날 보통주 21만5,000주와 우선주 1만6,000여주에 달하는 자사주를 사들였다. 이는 지난 10월13일 1조원 대의 자사주를 사들이겠다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이번 주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선태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D램 고정거래 가격 하락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다음달 21일로 만기가 돌아오는 해외CB의 보통주 전환에 따른 물량 부담을 줄이기 위해 회사측이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부터 자사주 매입에 들어가 이날까지 6회에 걸쳐 보통주 64만주, 우선주 6만5,000주를 매입했다. 따라서 다음달 20일까지 추가로 보통주 151만주, 우선주 26만5,500주의 자사주 매입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들 주식은 매입 후 전량 소각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년 1월까지 나머지 자사주 매입도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램과 해외CB 주식전환에 따른 매물 부담 만만치 않아=전문가들은 이번 주 시장수급에 중요 변수가 될 프로그램 매물 부담이 3,000억~6,00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중 삼성전자 관련 물량 부담은 약 660억~1,38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시장의 체력이 크게 저하됐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단기적으로 시장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가 지난 99년 발행한 해외CB의 주식전환에 따른 물량 부담도 관심거리다. 이 CB는 모두 1억 달러 규모로 전환가격은 10만8,465원이다. 지금까지 60만2,032주가 전환 청구됐으며, 현재 47만9,410주가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전환가격과 현 주가가 큰 폭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환되기보다는 주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치열한 수급경쟁 속 낙폭 크지 않을 듯=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D램 가격 하락, 계절적 비수기에 들어간 정보기술(IT)경기, CB의 주식전환 등에 따른 물량부담이라는 악재 때문에 당분간 큰 폭의 주가 상승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자사주 매입과 플래시메모리ㆍ휴대폰 등 사업 포트폴리오 분산에 따른 성장성을 바탕으로 시장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시장은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기는 어렵지만, 삼성전자가 견조한 움직임을 보이고 다른 우량주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다면 하락 폭은 제한될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곤기자 mckid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