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월요초대석] 이치범 환경부 장관

"환경 기술·산업·제도등 亞수출 지원" <br>건교-환경부 정책 협조해야 국가사업 진행 쉬워<br>대기환경개선대책도 전국 대도시로 확대 추진<br>미군 반환기지는 용도 따라 오염처리등 결정


“돈은 위로 흐르고 오염은 아래로 흐른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빈곤층과 같은 사회적 약자일수록 환경오염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환경은 미래를 위한 대비이기도 하지만 현재의 문제이므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이치범 환경부 장관은 취임 6개월째를 맞아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환경문제가 이제는 단순한 자연 보존의 문제가 아닌 산업경쟁력과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 직결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 장관은 “70~80년대 민주화, 80~90년대 노사문제가 사회의 가장 큰 이슈였다면 이제는 환경문제가 최대 현안”이라면서 “실제로 방폐장ㆍ새만금 등 굵직굵직한 이슈 모두 환경과 관련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문제가 머나먼 미래의 일이나 이슈가 아닌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 장관의 취임으로 환경부의 정책기조가 달라진 점은 무엇입니까. ▦과거 환경과 관련된 정책의 흐름은 물·대기·쓰레기 등 발생된 오염물질의 사후처리 쪽에 집중했습니다. 지금은 사전예방원칙에 입각해서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수질 같으면 수질오염 총량제, 수도권 대기 같은 경우에도 특별법에 따른 대기오염 총량제, 폐기물의 경우에도 감량화 등 사전예방에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실시하고 있는 환경관련 정책은 이미 선진국 수준에 도달해 있습니다.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내기 보다는 현재 실시하고 있는 정책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오류를 수정하는 방향에서 충실하게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환경운동가에서 시작해 이제는 환경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행정가로 변모하면서 느낀점이 있다면. ▦환경운동을 하던 때에 비해 느끼는 책임감의 무게가 다릅니다. 정책을 감시하고 비판하다가 이제는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입장이 됐습니다. 환경보전과 개발 사이에서 적합한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등 고려해야 할 대상도, 이해 당사자들도 많습니다. 특히 관련 부처가 중복되는 사안의 경우 협의가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습니다. 앞으로 필요한 부분에서는 환경부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봅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비전2030에 대해 비판이 많지만 우리나라도 과거 5개년계획 같은 단기 비전에서 벗어나 한세대의 미래를 바라보는 장기적 시각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환경정책 역시 이 같은 장기적 차원에서 삶의 질이라는 문제와 연계해 추진해나갈 방침입니다. -건설교통부와 환경부의 합병이 논의되고 있는데요. ▦앞으로 국토개발과 환경보전이라는 개념이 별도로 떨어져서 국가적 사업이 진행되기 힘든 상황입니다. 그 동안 건교부가 국토개발만을 고려해 정책을 입안하면 환경부가 환경보전이라는 점을 들어 서로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제는 대규모 국토개발 정책을 입안할 때부터 토지이용과 환경보전이라는 부문을 동시에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입니다.이미 유럽에서는 국토개발과 환경보전이라는 두 가지 개념을 동시에 고려하는 쪽으로 부서 통합을 완료했습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로부터 환경정책이 훌륭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좋은 평가 못지않게 고쳐야 할 권고사항도 있었습니다.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현재 대기ㆍ수질 등을 통합허가제로 전환하는 방안과 현재 수도권에만 마련된 대기환경개선종합대책을 전국 주요 대도시와 산업단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습니다. 수질관리를 위해서는 물 관리기본법(가칭)을 제정하고 폐기물의 발생 저감을 위해 생산자책임 재활용제도의 대상품목 확대, 공공기관의 녹색구매 확대 등을 통해 재활용 제품 수요기반을 확충할 계획입니다. 또 자연환경 보호지역을 전 국토의 15%수준으로 확대, 신재생에너지 개발, 농약 및 화학비료 사용량 저감,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대책 마련, 갈등조정특별위원회 설치,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 등 범정부차원의 후속 이행계획을 수립해 추진할 예정입니다. -환경산업의 해외진출을 어떻게 지원하실 예정인지요. ▦세계적으로 보면 환경 관련 기술은 유럽이 강하고 미국이 오히려 약합니다. 미국은 EU국가에 비해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환경기술이 떨어지고 환경산업이 늦어진 것입니다. 우리도 능동적으로 환경기술을 개발하고 환경산업을 육성, 앞으로 환경개선압력을 받게 될 중국이나 동남아국가 등에 진출할 기회를 잡자는 것입니다. 한창 경제개발에 몰두하면서도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환경오염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아시아권에 환경과 관련된 기술·산업·제도 등을 총괄적으로 수출하도록 지원할 생각입니다. 환경관련 기업들이 소규모인 점을 감안해 정부차원에서 해외 주요 전시회에 공동으로 참여하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해외 사무소를 개설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입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주한미군 반환 예정기지에 대한 환경오염 실태와 문제해결에 대한 입장은. ▦우선 미흡했던 부문이 적지 않았음을 인정합니다. 반환기지의 환경오염조사와 처리 방안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부속서A에 따라 진행합니다. 당초 미국측과 환경치유 절차를 협의한 뒤에 미국이 처리 비용을 부담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으나 부속서A에 따라 협의를 진행한 결과,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일부 기지는 반환을 받아 원상복구를 실시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미국은 현재 세계 80여개국에서 기지를 운영하고 있는데 한국내 기지반환에서 환경복구라는 선례를 남길 경우 천문학적 수치에 달할 비용문제 때문에 고심한 흔적이 많았습니다. 반환되는 기지는 향후 이용계획에 따라 오염처리의 기준과 수위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환경관련 세금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지. ▦OECD는 대기오염문제 해결을 위해 경제적 유인을 사용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탄소세ㆍ환경세를 도입해 가능한 오염유발을 줄이도록 하라는 것입니다. 환경부는 폐기물부담금, 유류에 교통환경세, 물 유량 부담금 등 오염원 발생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환경관련 세금을 이미 도입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입니다. ◇약력 ▦54년 충남 예산 생 ▦74년 서울고등학교 졸업 ▦78년 서울대 독어교육과 졸업 ▦81년 서울대 철학과 졸업 ▦83년 서울대 대학원 졸업(철학) ▦83년 인천대 강사 ▦84~86년 독일 프랑크푸르트대 박사과정 ▦93년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장 ▦98년 한국자원재생공사 이사 ▦2002년 고양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2003년 한국환경자원공사 사장 ▦2006년 환경부 장관 ● OECD의 환경성과 평가
"한국 환경정책·대응시스템, 97년 비해 놀라운 진전"
중국에 대한 대표적인 정책모델 될것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회원국들의 환경상태와 정책성과를 평가하는 환경성과평가를 91년부터 매년 3~4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OECD는 올해 우리나라의 환경성과평가에 대해 지난 97년 실시한 1차 평가에 비해 매우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며 '놀라운 진전(striking progress)'이라는 표현을 제시했다. 한국의 환경정책과 대응 시스템이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특히 자동차와 발전소의 청정연료 사용, 청정산업공정 등을 통해 황산화물(SOx)과 같은 주요 대기오염물질의 배출량을 감소시켜 황산화물의 GDP 단위당 배출량을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이르게 한 점은 OECD 평가단을 놀라게 했다. 앙헬 구리아 OECD사무총장은 "중국에 대한 환경성과평가를 실시 중이다"면서 "중국에 한국이 대표적인 환경정책 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이 경제개발과정에서 발생한 환경오염문제를 적절히 대처하고 있는 점이 중국에 교훈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폐기물 관리정책은 급속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쓰레기 종량제 운영, 생산자책임 재활용제도 도입 등으로 생활 폐기물 발생량을 억제시켜 OECD회원국 중 재활용률이 최고 수준이라는 호평도 받았다. 농업ㆍ관광ㆍ어업 등 정책분야에서 논농업직접지불제도, 생태관광, 총허용어획량제도 등 환경친화적인 제도를 도입한 것도 OECD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았다. 한편 OECD는 앞으로 한국정부가 기후변화협약에 보다 적극적으로 호응하면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으며 빈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 확대 등을 촉구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경우 프랑스의 2배, 일본의 1.5배 등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어서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평가됐다. ● 환경부 발자취
80년 환경청→90년 환경처→94년 환경부
환경부의 시발점은 지난 67년 보건사회부 환경위생과에 공해계를 설치하면서 시작됐다.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린 경제개발 시대에 환경문제는 뒤로 물러나 있을 수밖에 없었던 현실적인 한계 탓이다. 이후 73년 보건사회부 위생국내에 공해과가 신설된 후 77년 보사부 차관직속 환경관리과를 신설하면서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78년 국립환경연구소가 만들어진 후 80년에서야 환경청이 발족되면서 독립적인 틀을 갖췄다. 86년 지방에 환경지청, 출장소를 신설하면서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했고 90년에 환경처로 한단계 발전했다. 94년에는 정부의 물 관리 기능 체계 조정으로 건설부와 보건사회부가 관장하고 있던 수질관련 기능이 환경부로 일원화되면서 위상이 한단계 올라섰다. 이후 상하수도국 및 상수원 관리과가 설치되고 94년 말 환경부로 변경되면서 명실상부한 정부조직기구 중 하나로 변모했다. 98년에는 내무부 국립공원관리기능을 가져와 자연보전국에 자연공원과를 설치하면서 환경관련 기능을 통합했다. 지난 발자취에서 알 수 있듯이 환경부가 독립적인 부처가 된지는 20~30년 정도에 불과하다. 더욱이 환경부가 발족한 94년 이후 10여년 만에 장관들만 11명째다. 거의 재임기간이 1인당 1년 정도로 초단명 장관들로 채워졌다. 7대 김명자 장관만이 유일하게 4년 가까이 재임한 게 오히려 눈에 띌 정도다. 1대 김중위 장관이후 모든 장관들이 정치인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로 정치바람을 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한편 현재 장관을 수행하고 있는 이치범 장관은 20년 가까이 환경운동을 한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장관들과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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