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강남구 대치동 C아파트에 사는 김모씨는 요즘 잠이 오지 않는다. 아파트 값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데 중개업소에 내놓은 집이 팔리지 않고 있기 때문. 올 봄 3억원의 빚을 얻어 7억5,000만원에 이 아파트를 산 그는 `9.5조치`로 가격이 급락하자 급한 마음에 1억원씩이나 싼 값에 중개업소에 매물을 내놓았다.
그렇지만 10일이 넘도록 단 한명의 매수자가 나서지 않아 빚 갚을 일이 막막하기만 하다고 하소연 한다.
◇급매물 급증, 적체 심화 = 17일 서울 강남 일대 부동산중개업소에는 급매물 문의가 넘쳐 나고 있었다. 기자가 직접 찾아보았던 강남지역 중개업소들에는 적게는 2~3개, 많게는 10개가 넘는 급매물을 보유하고 있었다.
개포 주공인근에서는 시세 보다 2,000~3,000만원 정도 싼 급매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더 떨어질 것이라는 심리 때문에 선뜻 매입에 나서지 않아 급매물 조차 매수자를 찾기 힘든 상황”이라며 “매매가 이뤄지지 않아 매물만 늘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하락을 거듭, 34평형이 7억3,000만~7억4,000만원을 호가하고 있지만 매수자가 좀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치역 부근 S공인 관계자는 “아파트가격이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묻는 집주인들의 전화만 있을 뿐 매수자들의 문의는 거의 없어 좀 더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고덕주공도 급매물이 늘면서 17평형이 3억4,000만원 선에 나와 있고 반포 주공도 약 보합세를 보이면서 매물만 쌓여가고 있다. 7억5,000만원에 육박하던 반포3단지 16평형이 6억5,000만원에 나와 있지만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거래 부진에 추가 하락 대세 = 거래가 성사됐다 해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 반포 주공인근 B공인 관계자는 “추가 가격 하락을 예상한 매수자가 잔금 지급 시기를 저울질하며 가격 절충을 요구하는 사례가 있다”라고 말했다.
급매물이 속출한 것은 정부의 `9.5 대책`과 함께 오는 10월 1일부터 양도세 비과세 요건이 `3년 보유 1년 거주`로, 내년부터 `3년 보유 2년 거주`로 점차 강화되기 때문. 하지만 매수세가 실종돼 하루가 다르게 매물이 쌓여가고 있다.
대부분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거듭된 악재로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약세를 이어갈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이 경우 재건축 아파트의 매매가 하락폭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전반적인 매물증가도 하락세를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강남지역의 아파트 매물 수가 지난주에 비해 0.7% 증가했다. 스피드뱅크 홍순철 팀장은 “재건축 아파트 매물 증가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병도기자 d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