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총리는 이날 전인대 보고를 통해 "지금 국내외 형세를 살펴보면 중국은 여전히 중요한 전략적 기회의 시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도전과 기회가 병존해 있고 난관과 희망이 함께 존재한다"는 말이 뒤따랐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중국에는 국가의 위상을 한 차원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인식이 드러난 발언이었다. 원 총리는 특히 "각종 기업의 대외투자와 자원협력 개발, 공사수주, 인수합병(M&A)을 지지할 것"이라면서 "이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며 대외투자 루트를 넓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친중 정서 확산을 위해 "국외에서의 노무협력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원 총리의 지침에 따라 앞으로 중국은 2조위안에 달하는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밑천으로 전세계를 무대로 해외기업 및 해외자원 사냥을 대폭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기류는 이번 양회(兩會ㆍ전인대와 정치협상회의)에서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중국 국가자산관리위원회(국자위)의 리웨이(李偉) 부주석은 지난 3일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에서 "정부는 중앙 국유기업이 해외에서 기업 M&A 추진에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 기업들의 해외기업 인수는 국가전략과 기업이익에 모두 부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해외기업 사냥의 제1차 목표는 첨단 신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자동차ㆍ전자 부문 의 선진기업들이다. 이와 관련, 최근 천더밍(陳德銘) 상무부장 주도의 '신기술 쇼핑' 유럽 순방이 주목되고 있다. 천 부장은 최근 영국ㆍ독일ㆍ스페인ㆍ스위스 등 유럽 4개국을 돌며 항공기 엔진 등 130억달러어치를 구매한 데 이어 곧 유럽기업을 인수할 의향이 있는 50여개 중국기업들과 투자사절단을 조직, 유럽기업에 대한 장기 투자 및 M&A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첨단 자동차 기술을 확보한 유럽자동차업체들이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의 민영 자동차업체인 지리자동차는 포드자동차가 소유한 스웨덴의 볼보 인수를 위한 인수의향서를 곧 제출할 예정이다. 제너럴모터스(GM)의 스웨덴 자회사 사브와 GM의 독일 자회사인 오펠 등도 중국기업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인수 대상이다. 차이나머니의 또 다른 타깃은 에너지확보다. 중국은 고도의 경제성장으로 원유 소비량이 급증함에 따라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비축체제의 정비를 서둘고 있다. 중국은 2004년부터 원유의 국가비축을 시작, 오는 2010년까지 제1기분으로 약 1억배럴의 비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며 현재 4곳에 불과한 원유비축기지를 앞으로 8곳 더 세워 비축량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중국은 지난해 약 절반을 수입에 의존했으나 2020년에는 수입 의존도가 60%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허베이(河北)성 건설투자 회사 사장인 왕융충(王永忠) 정협 위원은 "지금은 국제 자원기업의 가치가 하락해 좋은 투자 기회"라며 "해외기업 M&A를 계획하는 회사들이 많지만 융자가 쉽지 않다"며 정부의 도움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