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치킨의 눈물


우리나라 국민들의 닭고기 소비량은 한해 4억2,000만마리를 웃돈다고 한다. 국민 한 명당 1년에 여덟마리 정도를 먹어 치우는 꼴이다. 여름철에는 한 달에만 한 명이 두마리 이상의 닭고기를 소비한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치킨과 하느님을 결합한 '치느님'이라는 찬사와 국민 간식이라는 애칭이 따라다니는 것도 무리가 아닐 듯하다. 이런 치킨 열풍을 몰고온 것은 바로 프랜차이즈였다. 전국의 치킨 점포만 4만3,000여곳에 달해 한 집 건너 치킨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치킨 가게는 진입 장벽이 그리 높지 않아 망하는 곳도 많다지만 현재로선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최고의 유망 아이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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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닭고기가 공급 과잉으로 폭락하는 바람에 양계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문제는 닭값이 떨어졌는데도 소비자들이 먹는 치킨 가격은 오히려 치솟고 있다는 사실이다. 산지 생닭 가격은 마리당 800~900원인데 치킨의 소비자 가격은 2만원 수준까지 올라버렸으니 폭리를 취한다는 소비자들의 비난이 쏟아질 법한 일이다. 반면 업계에서는 생닭이 원재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데다 양계협회로부터 일괄 구매하기 때문에 가격 결정권이 없다며 오히려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누군가 중간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을 텐데 하나같이 적자를 보고 있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으니 의구심만 커질 뿐이다.

9월9일은 닭의 울음소리에서 나온 '구구데이'라고 해서 닭고기 소비 촉진캠페인이 곳곳에서 열렸다. 하지만 지금의 비정상적인 가격체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의 외면과 닭고기 시장의 위축을 초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툭하면 닭고기 파동이 빚어지며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봉으로 만드는 복잡한 유통구조가 문제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일찍이 농축산물 유통시장 개혁에 나선다고 장담했지만 달라진 게 아무 것도 없다. 비싼 가격 탓에 아이들이 졸라도 선뜻 치킨을 주문하지 못하는 부모들의 얇은 주머니를 생각하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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